
‘동요부르는 어른들 모임 철부지’ 할아버지들이 14일 충북 영동군 상촌면 자유학교 물꼬에서 ‘어린이 예술단 아름나라’ 어린이들과 출연에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이름? “동요부르는 어른 모임 철부지” 14일 저녁 충북 영동군 상촌면 대해리 자유학교 물꼬 운동장에서는 ‘2005 찾아가는 가족콘서트 봄, 밤, 꽃피는 밤’이 열렸다.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세 명의 가수가 등장했다. 어? 할아버지들이다. “시냇물은 졸졸 조올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맨드라미 한들한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이들 트리오가 자랑하는 ‘물노래’. 물을 주제로 한 동요 메들리다. 경쾌한 기타반주에 관객들은 흥이 났다. 고승화(58) 남기용(64) 전정명(64) 세 할아버지도 덩달아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이들의 이름은 ‘동요부르는 어른 모임 철부지’. 1년에 150여 차례 초청 공연을 다니는 인기그룹. 돈이나 명예에는 관심이 없다. 중앙무대나 방송보다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철부지’들이다. 58살부터 64살까지…멜빵에 반바지 입고 다녀도 마음이 유쾌상쾌 “동요를 부르니까 어려지는 것 같습니다. 철부지라고 부르니 정말 철부지처럼 살게 돼요.” 전씨의 말이다. 멜빵에 반바지를 입고 입에 붕어빵을 물고 다녀도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2~3일에 한 번씩 전국을 다니며 공연을 하지만 피곤도 모르겠다고 한다. 철부지는 2000년 10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였다. 고씨와 남씨가 먼저 만났다. 고 이오덕 선생이 꾸리고 있던 우리말살리기모임에서였다. 고씨는 어린이 예술단 아름나라를 이끌고 있었고 남씨는 노래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두 사람은 우리말이 많이 남아있는 동요에 관심을 가졌고, 고씨가 지은 동요 ‘고와진대요’를 조금 바꿔 모임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이어 남씨의 친구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전씨가 합류해 트리오가 됐다. 전씨와 고씨는 바로 노래를 들려준다. “말이 살아야 겨레가 산대요 아이들이 그랬어요. 흙이 살아야 이 땅이 산대요 들꽃들이 그랬어요…” 철부지는 고운 우리말이 살아 있는 옛동요를 즐겨 부른다. 과수원길, 섬집아기, 겨울나무 등 계절별 대표 동요를 모은 ‘철노래’, 별이야기를 담은 노래 모음 ‘별노래’, ‘달노래’ ‘길노래’등 주제별 메들리곡도 만들었다. 레퍼터리만도 60여곡가까이 된다. 활동목표도 정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말이 쉬운 세상을 만드는 일,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 작은 도움을 주는 일, 전쟁에 반대하고 종교의 벽을 넘는 일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충북 영동/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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