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환자 돕기 구두닦이 행사
소아암환자 돕기 구두닦이 행사
충북 청주시의 구둣방이 22일 하루 대부분 문을 닫았다. 청주지역 곳곳에서 일하는 ‘구두닦이’ 38명이 신경모세포종이라는 소아암을 앓고 있는 김아무개(2)양을 도우려고 이날 생업을 접고 청주 성안길로 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손때 묻은 자신의 구둣솔과 구두통을 들고 나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함께 구두를 닦았다. 때아닌 매서운 바람 때문에 손이 곱기도 했지만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고수들에게 구두를 맡긴 시민들은 기분 좋게 거스름돈을 떼였다.
청주지역 세신사(구두닦이)들이 봉사에 나선 것은 1980년 11월 ‘일송회’를 꾸리면서부터다. 반병철(52) 회장은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고, 때론 남을 돕자는 회칙을 정했는데 30년째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사이 60~70명을 넘나들던 회원은 정회원 33명, 준회원 4명으로 줄었지만 봉사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하루 구두닦이로 230만원을 모아 거구성빈혈을 앓고 있는 박아무개(11)양을 돕는 등 94년부터 해마다 하루 구두닦이 행사를 열어 희귀 난치병 어린이 20여명을 도왔다.
해마다 11~12월이면 다달이 모은 회비와 성금 등으로 홀로 사는 노인 등 어려운 이들도 돕고 있다. 대부분 사진을 찍고 생색을 내지만 이들은 조용히 연탄·쌀 등을 쌓아 두고 나온다.
반 회장은 “누구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낸 회원들이 더 어려운 어린이·이웃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며 “구두에 광을 내듯 작으나마 세상에 빛을 내고 싶은 이들의 소박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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