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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대간 아들 소포 전해주다 저도 울컥하죠”

등록 2005-05-24 17:03수정 2005-05-24 17:03

 경기도 의정부우체국 성상현씨는 우편물을 대신 부쳐주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이웃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하소연을 들어주는 등 주민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산다. 사람들은 미국을 감동시킨 우체부 이름을 따 그를 한국의 프레디라고 부른다.
경기도 의정부우체국 성상현씨는 우편물을 대신 부쳐주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이웃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하소연을 들어주는 등 주민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산다. 사람들은 미국을 감동시킨 우체부 이름을 따 그를 한국의 프레디라고 부른다.

감동 배달 의정부우체국 성상현씨

작은 소포다. 수신인은 신곡동 아파트에 산다. 보낸 사람 주소를 보니 군대다. “어머니, 소포왔어요.” 경기도 의정부 우체국 성상현(42) 우편물류과 1팀장은 고객을 가족처럼 부른다. 소포를 받은 아주머니는 뜯어보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렸다. 배달할 우편물이 많이 남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머니, 요즘 군대 좋아졌어요. 구타도 없고 음식도 잘 먹어요.” 하사관으로 복무한 8년의 경험을 들며 10여 분간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알았으니 어여 가봐.” 아파트 복도를 걸어나오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사간 바뀐 주소로 배달
경매 최고장 읽어주다 ‘엉엉’…주민과 마음벽 허문 한가족

성 팀장은 감동을 배달하는 우체부로 알려져 있다. 20일에도 그는 배달트럭을 몰고 신곡동, 장암동, 금호동 등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았다. 성씨를 알아보는 사람이 참 많았다. 모두들 그를 허물없이 대한다.

신곡동 주택가를 지날 때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인사를 한다. 부근에서 그릇장사를 하는 사람으로 그를 동생처럼 여긴다. 같은 동네 서해 아파트에 들어서니 50대 주부가 강아지를 안고 있다가 그를 반긴다. “왜 이제와?” 숫제 반말이다. 성씨가 동생같다고 한다. 군에 있는 아들에 보낼 소포를 부쳐주면서 친해졌다. 신곡2동 주공2단지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1406호 배달왔어요? 그 집 어디 나가는 것 같던데”라고 알려준다.

의정부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한 지 10년째. “많이 변했어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심이 조금 박해진 것 같아요.” 단독주택이 많을 때는 담장밖에서 부르기만해도 그를 알아보고 반가이 맞아주던 주민들이 많았다. 아파트에 가면 등기우편이 왔다고 말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집도 있다.

성 팀장은 그런 사람들이 마음 속에 쌓아둔 벽을 허무는 재주가 있다. 그는 특별히 배달할 물건이 없어도 지나다 우편함에 우편물이 쌓인 집을 보면 대문을 두드린다. 이사를 갔으면 바뀐 주소지로 우편물을 보내주고 주인에게는 빈집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우편물을 잘 챙기라고 당부한다. 오피스텔가를 들를 때는 우편물을 받아다 대신 부쳐주기도 한다.

글을 못읽는 어르신들을 대신해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최고장을 읽어주면서 함께 마음 아파하고, 군에 입대한 아들이 보내온 소지품을 보고 눈물 흘리는 아주머니를 위로하는 그다. 이런 이유로 그를 친한 이웃이나 가족처럼 대하는 이들도 많다. 그는 의정부우체국에서 보험 판매를 가장 많이 한 직원이다. 5월 현재 계약고만 4억원이 넘었다. 보험을 들 필요가 있을 때 일부러 그에게 연락을 해서 가입하는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회계사무소에서 일하는 박홍이 과장은 “언제나 변함없이 웃으며 도와주는 분”이라고 칭찬했다. 박 과장은 그를 믿고 보험을 들어준 사람이다. 퉁명스럽게 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도 “이 분이 힘든 일이 있으신가보다” 생각한다. 우편물류과 하재신 과장은 “고객에 대한 배려와 정성으로 미국 사회를 감동시킨 프레드라는 우체부가 있는데 성 팀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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