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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두닦아 번돈으로 사회 봉사 광낸다

등록 2009-10-28 18:53

반병철(52)씨
반병철(52)씨
전국 기능미화원 봉사모임 만드는 반병철씨
1968년 12월 어느 날, 열한살 까까머리 소년이 몸보다 큰 구두통을 메고 청주시내에 나타났다. 소년은 8개월 전 아버지를 여읜 뒤 너무 배가 고팠다. 또래 아이들의 손가락질을 감수한 채 하루종일 발품을 팔아도 20원짜리 보리밥 한 그릇 먹기도 힘겨웠다. ‘한 켤레 닦는 데 5원’이라는 파격 세일을 했지만 솜씨없는 코흘리개한테 구두를 맡기는 이는 적었다. 그것마저 열흘을 채우지 못했다. “어린 녀석이 겁도 없이 구역을 침범했다”며 혼나고, 맞기 일쑤였다. 까까머리는 안정을 택했다. 닦을 구두를 모아 오는 ‘찍새’였다. 어깨 너머로 실력을 키운 찍새는 ‘보조 딱새’를 거쳐, 1978년 4월 10년 만에 자신만의 구두방을 얻었다. “내 집이 생긴 것처럼 뿌듯하고, 대견하기까지 했죠.”

41년을 구두닦이로 살고 있는 반병철(52·사진)씨의 이력이다. 28일 오전 청주 개신동 우체국 주차장 옆 그의 구두방을 찾았다. 그는 매일 아침 9시부터 12시간을 꼬박 구두방을 지킨다. 그런데도 벌이가 시원찮아 두 칸짜리 사글셋방에서 아내와 삼남매 등 다섯이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다. 1980년 11월 청주지역 구두닦이들과 꾸린 봉사 모임 ‘일송회’ 활동으로 오히려 나누는 데 열심이다. 회장을 맡은 그는 회원 39명과 해마다 4~5월께 청주 성안길에서 하루 구두닦이 행사를 벌여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소아암을 앓고 있는 김아무개(2)양에게 하루 수익금 300여만원을 전달하는 등 지금까지 20여명을 도왔다. 연말이면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는다. 다음달 1일에는 청주지역 홀몸 노인 가정 14곳에 쌀·연탄·이불 등을 전할 계획이다.

그는 “거리를 헤매고, 배를 주리고, 부모를 애타게 그리워해 본 이들이기에 오히려 봉사가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는 다음달부터 전국 구두닦이 대장정에 나설 참이다. ‘전국 기능 미화원(구두닦이) 봉사 모임’을 제안할 계획이다.

“한때 고아·부랑아로 취급받기도 했지만 봉사를 하면서 시민들의 눈길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며 “전국 5만6천여명의 구두닦이들이 봉사를 위해 하나 되는 멋진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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