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38)씨
이성호씨 배달에 소비자 감동
전남 곡성에서 우리농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이성호(38·사진)씨는 친환경 달걀을 인터넷으로 직거래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서울에 사는 한 소비자한테서 ‘초란’(닭이 알을 낳기 시작해 처음 한달 동안 낳는 달걀) 10줄을 주문받았다. 이씨는 이 소비자에게 “우리 농장에 초란이 떨어졌지만, 인근 작목반 형님의 유정란 달걀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당시 친환경 농축산물 급식 유통에 도전했다가 진 빚 문제를 해결하느라 경황이 없었다. 전자우편 함은 이미 휴지통으로 비워버린 뒤였다. 그러다가 지난달 중순 우연히 서류를 정리하다가 주소를 적어 놓은 메모지를 발견했다.
이씨는 그 직후 유정란 10줄에 지각배달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2줄을 더 싣고 서울로 갔다. 서울 강동구 5개 학교에 친환경 쌀을 배송하던 길에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사과의 인사도 했다. 이씨는 이들 부부가 소매를 이끄는 바람에 집에서 차 한잔을 나누며 대학 졸업 뒤 귀농하게 된 사연까지 이야기했다. 2000년 귀향한 이씨는 친환경 농사를 시작해 2005년께부터 1억5천만~2억원까지 매출을 올리며 점차 기반을 잡아갔다. 2008년 47개 학교와 보육원 등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12억원까지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2009년 2월 학교 친환경 급식 공급 업체가 농협으로 바뀌면서 시설 투자비를 빚으로 떠안게 됐다.
소비자 부부는 이씨의 사연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글로 올렸다. ‘책임을 다하는 젊은 사람을 보고 우리 부부는 감동했고, 아직도 이런 분들이 사회에 많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나 흐뭇했다’는 내용이었다. 누리꾼들은 ‘힘을 내서 꼭 재기하라’는 내용의 댓글 2만2천여 건을 올렸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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