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의 사회복지시설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여수섬복지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12일 여수시 화정면 자봉도를 방문해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여수/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눔꽃 캠페인] 나누는 삶 함께하는 세상
① 당신의 나눔실천 사회를 바꾼다
① 당신의 나눔실천 사회를 바꾼다
“100살 할머니 등 너무 좋아해”
여수시도 5천만원 지원하기로
아름다운재단은 ‘미숙아’ 도와 자봉도에는 39가구가 산다. 실제 거주자는 40~50명이고, 대부분 65살 이상 노인이다. 경찰서, 보건소는 물론 구멍가게도 없다. 물물교환은 있지만 상거래는 없는 곳. 당연히 미용실도 있을 리 없다. 지난 12일 다섯 사람이 섬에 상륙했다. 손님 왔다는 소식이 확성기로 퍼지고, 할머니들은 지팡이를 짚고 마을회관으로 모여 들었다. 김선화(39)씨와 이영숙(45)씨가 가위를 들고 할머니들의 머리를 차례대로 잘랐다. 김씨는 섬을 돌며 할머니들의 머리를 만진 지 3년이 됐다. 이제 웬만한 할머니의 이름을 기억한다.
“100살 넘은 할머니의 한 번도 깎지 않은 쪽머리를 잘랐어요. 할머니가 하룻밤만 자고 가라고 하는데, 마음이 울컥 했어요.” 이씨는 할머니들에게 오히려 많이 배운다고 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걸 보면 내가 더 감사해요. 우리 애들이 크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 것 같아서 좋고요.” 여수시에는 45개의 유인도가 있다. 김씨와 이씨가 활동하는 여수섬복지네트워크는 인구가 100명 미만인 16개 섬을 일주일에 1~3차례 돌며 봉사활동을 한다. 한 섬당 한 달에 한 번꼴 정도 된다. 여수섬복지네트워크는 여수의 사회복지시설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2006년 만들었다. 김민희 여수섬복지네트워크 팀장은 “젊은이들이 다 떠나간 작은 섬들은 육지에서 흔한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등 사실상 사회와 고립돼 있다”며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이들을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수섬복지네트워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의 지원을 받아 3년째 이런 일을 했고, 결국 여수시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면사무소 사회복지사들이 취약계층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지만, 그밖의 사회서비스 부분은 지원 수단이 없었다”며 “여수시도 좋은 취지에 공감해 올해부터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올해부터 3년 동안 5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나눔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자들을 돕다보면, 정부도 변하기 마련이다. 김아란 아름다운재단 1%사업팀 간사는 “나눔 활동의 근본적인 목적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이른둥이(미숙아) 지원 사업도 좋은 사례다. 이른둥이는 태어나자마자 거액의 입원치료비가 든다. 아름다운재단은 우선 ‘미숙아’라는 부정적인 이름부터 ‘이른둥이’로 고쳐 부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른둥이 가정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결국 이른둥이는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2006년 정부가 입원치료비 1000만원을 지원하도록 제도 변화를 불러왔다. 이른둥이는 뇌병변을 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아름다운재단은 재활치료비도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930명이 혜택을 봤다. 이밖에 뇌성마비 어린이들이 근육경련을 완화하기 위해 맞는 보톡스 주사도 저소득층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이 이에 대한 지원을 하면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고, 정부는 2005년 이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2003년부터 곧잘 단전을 겪는 저소득 세대에 전기료를 지원하면서, 2005년 전기요금을 3달 이상 내지 않아도 주택용 전기의 단전은 유예하는 보류 조처를 얻어냈다. 전문가들은 기부를 할 때는 목적의식을 갖고 참가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예전과 달리 각 기부단체도 기부자가 특정 프로그램에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기부 프로그램 가운데 무엇이 복지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수/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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