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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 삶의 선물] 31년 기다려 결실맺은 사랑

등록 2005-07-05 18:34

초청장

31년의 사랑이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씀 한 번 못 드리고 이제야 시간을 내어 여러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부디 오셔서 저희들 결혼식을 예쁘게 보아주세요.

날짜: 2002년 12월 13일

시간: 오전 11시

장소: 종합운동장 앞 트린스 호아이 쥬크 12번지

신랑: 팜옥 까잉 신부: 리영희

분홍빛 초청장을 받고 나서야 베트남 남자, 팜옥 까잉의 지인들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가 결혼을 하지 않았었는지, 어째서 그의 얼굴이 그토록 슬퍼보였는지를요.

팜옥 까잉은 베트남 전쟁 당시 북한으로 유학을 갔었습니다. 그는 그곳, 북한에서 사랑을 했지요. 그러나 그는 그의 사랑을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랬다는군요. 북한 사람과 외국 사람이 사랑을 하다 들키면 추방을 당했었답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지요. 팜옥 까잉의 조국, 베트남은 전쟁 중이었으니까요. 그의 동지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베트남의 미래를 위해서 싸웠지요. 그들이 꿈꾸는 베트남의 미래, 그 속에 팜옥 까잉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땅굴 속에서 네 발로 기어 다니고, 총탄에 맞아 팔다리를 잘라내 가면서도 베트남의 미래를 위해 팜옥 까잉을 북한으로 보냈던 것입니다. 팜옥 까잉은 자신도 목숨을 걸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사랑이라니요!

공부를 마친 팜옥 까잉은 결국 그의 조국으로 혼자 돌아왔습니다. 그 사랑이 아무리 절실해도 사랑에 빠진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시대를 그는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으로 사람을 보내어 그녀를 찾았으나 그에게 돌아온 소식은 그녀의 거주지를 알 수 없다거나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뿐이었지요. 그러다 2002년이 되었습니다. 베트남의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주석을 만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팜옥 까잉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베트남 총리는 북한을 방문해 팜옥 까잉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것은 한 순간의 아름다운 꿈이었을까? 이제는 팜옥 까잉 자신마저도 꿈이었다고 생각하게 된 그의 사랑이 현실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꿈속에서 걸어 나와 팜옥 까잉 품에 안긴 그 사랑은 바로 그녀, 리영희였습니다.

그녀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기다림 역시 31년의 세월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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