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이버신춘문예 시 당선 장애인 이영범씨 부부 신앙과 문학 삶 버틴 두 기둥 뇌성마비 남편 허리다친 아내
“이만큼 아픈 것도 감사할 일” 이영범 최은자씨. 올해 결혼 6년차인 부부다. 서울 신내2동 10단지 10평이 조금 넘는 영구임대아파트가 이들의 보금자리. 이씨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고 말투도 조금 어눌하다. 부인 최씨는 허리를 다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최씨가 1주일에 3일 반나절씩 가사도우미로 버는 돈이 이들 부부의 전체 수입이다. 먹고만 산다. 그래도 이들은 나날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두 부부는 거친 밥에 나물 반찬이라도 일용할 양식이 주어지는 데 늘 감사한다. 최씨는 “이보다 더 없을 때도 살았는데 지금은 가진 게 많습니다. 건강할 때는 몰랐는데 아프면서 도리어 모든 일에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 만큼만 아픈 것도 감사할 일이지요”라고 말한다. 두 부부는 매일매일의 삶이 “하느님이 예비하신” 감탄해야 할 신비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면 좋은 일만 생긴다고 여긴다. 얼마 전 두 부부에게 정말 기쁜 일이 생겼다. 이씨가 6월30일 신춘문예 시 부문에 뽑힌 것이다. 서울시 중랑구에서 연 사이버 신춘문예여서 ‘큰 경사’는 아니다. 하지만 두 부부는 기쁘기만 하다. “일간지나 유명한 문예지는 아니지만 신춘문예에서 시가 뽑힌 것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일도 생길 겁니다.” 이씨는 신인은 아니다. 93년 장애인 문예잡지 <솟대문학>에 세 차례 추천받은 그는 장애인 문인협회 정회원이다. 96년 황소걸음 문화제에서 시 부문 가작을, 97년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연 제1회 전국 장애인 백일장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시집도 세 권이나 냈다. 이성교, 도종환, 김규동 등 유명 시인이 그의 시집에 추천사를 썼다. 남들 보기에 두 부부의 삶은 불행 쪽에 더 가깝다. 이씨는 12개월 만에 세상에 태어났다. 수술 대신 기구를 써서 강제로 출산하는 과정에서 뇌성마비가 온 것 같다고 한다. “미숙아가 아니라 과숙아라서 문제가 됐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자신의 삶을 “아픈 숙명”이라고 시집에 썼다. 그런 맏아들에게 부모는 “글을 쓰면서 살라”고 주문처럼 말했고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문예반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신앙과 문학을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두 바퀴”로 여기고 살아왔다. 흔들리는 손으로 1500편이 넘는 시를 썼다. 최씨도 비슷하다. 강원도 홍천에서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열아홉에 서울에 올라와 버스 차장, 식당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결벽증이 있어 평생 혼자 살겠다고 결심하고 돈을 모아 90년 5750만원짜리 작은 단독주택을 샀지만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집을 팔아 치료비로 써야 했다. 인생이 허망했다. 그렇게 불행한 삶을 꾸려가던 이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98년. 매주 금요일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철야기도회에서였다. 최씨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고, 이씨는 교회를 다니다 90년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수천 명이 참석하는 기도회에서 어떻게 우리 둘이 만나서 결혼까지 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는 결혼 않고 평생 혼자 살 생각이었거든요. 처음 말 좀 하자고 했을 때 참 맑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씨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99년 이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아들 딸을 낳아 신부와 수녀를 만들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또한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작은 일에 기뻐하면 삶은 행복해집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 하루하루가 즐겁지요.”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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