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누워 계신 병실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세상에! 할아버지, 이러시면 큰일 나요!”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버님이 그새 또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손목에 꽂아놓은 링겔 바늘을 손으로 뽑아버렸지 뭐예요. 조금만 늦게 발견했더라면 링겔 바늘이 혈관을 타고 올라가 그대로 심장에 꽂혔을 거라면서 간호원은 혀를 찼습니다.
“왜 그러셨어요?”
며느리가 묻자, 아버님은 갑갑해서 그랬다는 겁니다. 평소에도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는 아버님이고 보면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도 기적이었지요.
아버님의 기상 시간은 새벽3시 이쪽 저쪽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 이곳저곳을 쓸고 닦고 다니는 아버님 때문에 며느리는 늦잠 한 번 잘 수 없습니다. 설거지통에 젓가락 한 짝만 들어 있어도 당장 달려가서 설거지를 해놔야 직성이 풀리는 아버님, 부지런해도 너무 부지런한 아버님이 나이 어린 며느리는 그래서 늘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아버님! 그렇게 갑갑하시면 일기라도 써보세요.”
링겔 바늘을 뽑아버린 일로 침대에 손이 묶여버린 아버님에게 며느리는 일기장과 볼펜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마지못해 아버님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제야 간호원은 아버님의 손을 풀어주었습니다.
며칠 뒤 아버님은 퇴원을 했습니다. 세 들어 사는 연립주택 앞에 도착하자마자 아버님은 1층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나가셨습니다. 사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주방 선반을 고쳐 달라고 했는데 당장 가서 손을 봐주고 오겠다는 것이었지요. 아버님이 당뇨로 입원해 있던 며칠이 그나마 나한테는 휴가였구나, 이제 막 골목을 빠져나가는 아버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며느리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날, 자전거 뒤에 연장통 하나를 싣고 신이 나서 달려가던 아버님의 모습, 그것이 며느리가 본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골목을 돌아나가자마자 달려오는 트럭에 치여 아버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숨을 거두고 말았지요.
“미장이는 바닥에 떨어진 시멘도 다시 긁어모아서 벽에 바르는데 목수는 허구헌 날 나무를 깎아서 바닥에 내버리기만 하니… 그래서 목수는 한 평생 열심히 일해도 이렇게 가난하게 사는가 보다. 차라리 내가 미장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참 많이도 했었는데….”
병원에서 꾸려온 짐 가방 속에 일기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일기장이 아버님에게 드린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은 며느리는 그때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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