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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이들과 만나면 기쁘고 즐거워”

등록 2005-07-26 16:44수정 2005-07-26 18:48

제천 기적의도서관 최진봉 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봉사 모임 호랑이담뱃대에 참여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로 웃고 떠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제천 기적의도서관 최진봉 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봉사 모임 호랑이담뱃대에 참여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로 웃고 떠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옛 이야기 들려주는 ‘호랑이담뱃대’ 모임

21일 충북 제천시 제천기적의도서관에 대부분 70대인 어르신들이 모였다. 어린이에게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전통 민속을 알려주는 자원 봉사 모임 호랑이담뱃대 회원들이다. 아이들 얘기가 나오자 금세 얼굴이 활짝 펴진다.

 “이야기를 들려주러 가면 아이들이 안아주고 뽀뽀해달라고 손을 벌리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곤 해. 그렇게 즐겁고 재미있을 수가 없어. 제천에서 가장 인기좋은 노인들이 바로 우리야.” 이상륜(81) 회장의 말이다.

올해초 만들어진 이 모임 회원은 할머니 6명을 포함해 모두 21명. 1주에 5일 동안 도서관 2곳, 유치원 4곳, 초등학교 1곳을 찾아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달에 한번은 도서관에 모여 공부도 한다. 18일에는 도깨비에 대해 공부를 했고 다음달에는 성주대감, 터주신, 조상신 등 집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전통 가신들을 알아볼 예정이다.

 “호랑이, 도깨비, 은혜갚은 개미 등 옛부터 전해오는 얘기를 많이 하지. 모두들 한 20~30가지 정도 외우고 있지만 듣는 아이에 따라 이리저리 바꿔서 하니 가짓수는 훨씬 많다고 봐야지. 기적의도서관에서 대출증을 만들어줘서 도서관에 자주 나가 공부도 많이 하고.”(이정의 할아버지)

도서관 유치원 등 찾아 생활공예 예절도 지도
“우린 가장 행복한 노인”

천방지축인 요즘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까? 어느 곳이나 “삐져 나오는 놈”은 있지만 귀엽기만 하다고 한다. 회원들은 산만한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고 눈길을 끌 궁리를 한다. 이태영 할아버지는 생강나무에 나사못을 박아 예쁜 새소리가 나는 도구를 만들어 아이들이 떠들 때면 들려준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다. 삽화를 그려 보여주는 이도 있다. 유명상 할아버지는 두루마기와 유건(유생들이 쓰던 검은 베로 만든 관)을 써서 분위기를 잡는다.

어르신들의 재능과 경험도 유용하게 쓰인다. 신종갑 할아버지는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생활 공예를 가르친다. 버려진 끈으로 만든 바구니는 예술작품 수준이다. 이규동 할아버지는 재주가 많다. 아이들에게 짚신 삼는 법을 알려주고 도서관 마당에 짚을 꼬아 나팔꽃이 타고 올라가도록 화단을 꾸몄다. 봄이면 호드기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불고 철마다 피는 우리꽃을 가져다 보여주기도 한다. 회원들은 요즈음 학교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아이들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고 보람되다고 한다. 김순복 할머니는 “요즈음 아이들은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려고 해도 경계를 하고 도망간다”며 “한번이라도 만나본 아이들은 우리를 스스럼없이 대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자식뻘 되는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관을 나무라기도 했다. “아이들 키우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아이들은 마음이 깨끗해서 배운대로 행동하지. 신호등이 바뀌기도 전에 아이 손을 잡아 끄는 것은 바로 부모들이야.” 향교에서 예절 교육을 했던 박찬일 할아버지의 말이다.

일본 오사카 부근 사카이에서 태어나 자라다 해방 뒤 귀국한 이영애 할머니는 “이웃끼리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기쁘다”고 도리어 이 모임에 고마워했다.

 “내가 4에이치 운동을 하고 새마을운동 지도자도 했어. 지금 보니 이런 일이야 말로 제2의 새마을 운동이란 말이야. 노인들을 폐물이라고 여기지 말고 이런 구실을 주라고. 이런 모임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

회원 모집 등 호랑이담뱃대가 만들어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황건환 할아버지의 바람이다. 제천/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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