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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른잎 다시 살아나” 뜨거웠던 젊음과 조우

등록 2005-09-20 18:11수정 2005-09-21 14:08

‘노래를 찾는 사람들’ 한동헌 대표(왼쪽에서 4번째)를 비롯한 회원들이 15일 연습을 위해 서울 상도동 상도교회 음악 연습실에 모였다. 10년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노찾사는 뜨겁고 아름다웠던 젊음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다시 만나 내일은 어때야할지를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노래를 찾는 사람들’ 한동헌 대표(왼쪽에서 4번째)를 비롯한 회원들이 15일 연습을 위해 서울 상도동 상도교회 음악 연습실에 모였다. 10년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노찾사는 뜨겁고 아름다웠던 젊음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다시 만나 내일은 어때야할지를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첫 음반 20주년 기념 새달 8~9일 무대에…마지막 공연 10년만
“그 땐 아름다웠지…내일은 어때야 할까” 새로운 청년문화 시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 다시 무대에 선다. 첫 음반을 낸 지 스무해가 지났고, 마지막 공연이 돼버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부터도 또 10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노찾사는 여전히 노래를 찾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 7시 서울 상도장로교회 연습실에 모인 노찾사 멤버들은 전형적인 30~4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었다. 386의 대표적인 문화적 아이콘이 점차 486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라고 할까?

오는 10월 8~9일 오후 4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20주년 기념 콘서트’의 첫 무대도 세월의 변화에 대한 상징으로 꾸밀 예정이다. 노찾사 멤버들의 아들, 딸인 ‘노찾사 주니어’들이 등장해 노찾사 1집의 <바람 씽씽>을 부른다.

“바람 씽씽부는 추운 날에도/살펴보자 살펴보자/봄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중략)…지금은 흰눈속에 추운 나무 한그루/외롭게 서 있네/나는 그 나무에게로 달려가고 싶지만/어머니가 말려요 밖은 춥다고”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던 20대 열혈 청년들은 이제 그런 자식들을 걱정해야 하는 ‘기성세대’가 된 것이다.

노찾사 1집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4년이었다. 서울대 ‘메아리’, 이대 ‘한소리’ 등 대학 노래패 초창기 세대들이 가수 김민기씨의 도움을 받아 첫 ‘합법’ 음반을 낸 것이었다. 그 뒤 노찾사라는 이름은 잊혀졌다. <그날이 오면>의 작곡가로 1집의 주역이었던 문승현(46·전남대 교수)씨는 ‘새벽’이라는 운동권 노래패를 만들어 활동했다.

노찾사가 다시 빛을 본 것은 87년 6·29 이후. ‘새벽’과 달리 화이트칼라와 주부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픈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에서였다. 87년 10월 종로5가 한국교회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첫 공연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이 실린 2집은 80만장이나 팔렸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열린’ 정치공간 속에서 이들은 급격히 방향성을 잃기 시작했고, 94년 4집 음반 발매와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다.

그런데 왜 다시 모이는 것일까? 소위 ‘민중음악 판’에서도 “왜 잠자는 유령을 깨우느냐”는 핀잔이 없지 않다.

한동헌 노찾사 대표(46·알레스뮤직 대표)는 “노찾사가 미완으로 끝난 것 같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며 “노찾사를 잠자는 상태로 그냥 두는 것은 중대한 사회적 손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반환점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노찾사 팬으로서 이번 공연에 제작자로 참여하는 하종욱(34·EBS 스페이스 음악감독)씨는 “노찾사는 당대 최대의 히트곡 메이커였다”며 “그것은 함께 어우러지며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과 당대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로 그 동시대성과 당대성을 2005년 오늘에 되살려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재결합 목표인 셈이다.

이번 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문대현(41·<광야에서> 작곡)씨는 “노찾사는 ‘노래=대중가요’라는 등식을 깼으며,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클래식의 특성을 갖고 있는 흔치 않은 예”라며 “상업문화에 찌들어 있는 청년문화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80~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대표는 “노찾사는 과거에도 운동가요나 민중가요와는 다른 것을 추구하면서 심미성과 대중성의 묘한 경계선에 있었다”며 “그때 표방했던 가치에 예술적 지향성을 좀 더 심화하는 형태의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찾사 10주년 기념공연
노찾사 10주년 기념공연

음악적으로는 프로가 됐다. 가수 권진원씨는 “같이 연습하면서 느끼는 건데, 예전엔 풋풋하면서 거칠지만 열정이 있었다면, 지금은 호흡이 길어지고 부드러워졌다”며 “세상을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넉넉함 같은 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찾사는 공익법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설립하고, 새로운 회원을 영입해 새 음반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달 말에는 노찾사 1, 4집을 재발매하고 책자도 발간한다.

“이번 공연 제목이 뭔지 아십니까. ‘아름다운 미래의 혈색’입니다. ‘핏줄’이 아니라 ‘혈색’이죠. 김정환(시인) 형이 만들어주신 건데, 우리의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냐, 그 뜨거웠던 젊음과 조우해 보자, 그리고 물어보자, 내일은 어때야 할까, 뭐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손잡고 오세요. 이대가 경치는 또 얼마나 좋습니까?”(문대현)

예매 인터파크(1544-1555), 티켕링크(1588-4567).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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