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음반 20주년 기념 새달 8~9일 무대에…마지막 공연 10년만
“그 땐 아름다웠지…내일은 어때야 할까” 새로운 청년문화 시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 다시 무대에 선다. 첫 음반을 낸 지 스무해가 지났고, 마지막 공연이 돼버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부터도 또 10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노찾사는 여전히 노래를 찾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 7시 서울 상도장로교회 연습실에 모인 노찾사 멤버들은 전형적인 30~4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었다. 386의 대표적인 문화적 아이콘이 점차 486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라고 할까?
오는 10월 8~9일 오후 4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20주년 기념 콘서트’의 첫 무대도 세월의 변화에 대한 상징으로 꾸밀 예정이다. 노찾사 멤버들의 아들, 딸인 ‘노찾사 주니어’들이 등장해 노찾사 1집의 <바람 씽씽>을 부른다.
“바람 씽씽부는 추운 날에도/살펴보자 살펴보자/봄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중략)…지금은 흰눈속에 추운 나무 한그루/외롭게 서 있네/나는 그 나무에게로 달려가고 싶지만/어머니가 말려요 밖은 춥다고”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던 20대 열혈 청년들은 이제 그런 자식들을 걱정해야 하는 ‘기성세대’가 된 것이다.
노찾사 1집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4년이었다. 서울대 ‘메아리’, 이대 ‘한소리’ 등 대학 노래패 초창기 세대들이 가수 김민기씨의 도움을 받아 첫 ‘합법’ 음반을 낸 것이었다. 그 뒤 노찾사라는 이름은 잊혀졌다. <그날이 오면>의 작곡가로 1집의 주역이었던 문승현(46·전남대 교수)씨는 ‘새벽’이라는 운동권 노래패를 만들어 활동했다.
노찾사가 다시 빛을 본 것은 87년 6·29 이후. ‘새벽’과 달리 화이트칼라와 주부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픈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에서였다. 87년 10월 종로5가 한국교회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첫 공연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이 실린 2집은 80만장이나 팔렸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열린’ 정치공간 속에서 이들은 급격히 방향성을 잃기 시작했고, 94년 4집 음반 발매와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다.
그런데 왜 다시 모이는 것일까? 소위 ‘민중음악 판’에서도 “왜 잠자는 유령을 깨우느냐”는 핀잔이 없지 않다.
한동헌 노찾사 대표(46·알레스뮤직 대표)는 “노찾사가 미완으로 끝난 것 같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며 “노찾사를 잠자는 상태로 그냥 두는 것은 중대한 사회적 손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반환점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노찾사 팬으로서 이번 공연에 제작자로 참여하는 하종욱(34·EBS 스페이스 음악감독)씨는 “노찾사는 당대 최대의 히트곡 메이커였다”며 “그것은 함께 어우러지며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과 당대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로 그 동시대성과 당대성을 2005년 오늘에 되살려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재결합 목표인 셈이다.
이번 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문대현(41·<광야에서> 작곡)씨는 “노찾사는 ‘노래=대중가요’라는 등식을 깼으며,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클래식의 특성을 갖고 있는 흔치 않은 예”라며 “상업문화에 찌들어 있는 청년문화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80~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대표는 “노찾사는 과거에도 운동가요나 민중가요와는 다른 것을 추구하면서 심미성과 대중성의 묘한 경계선에 있었다”며 “그때 표방했던 가치에 예술적 지향성을 좀 더 심화하는 형태의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적으로는 프로가 됐다. 가수 권진원씨는 “같이 연습하면서 느끼는 건데, 예전엔 풋풋하면서 거칠지만 열정이 있었다면, 지금은 호흡이 길어지고 부드러워졌다”며 “세상을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넉넉함 같은 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찾사는 공익법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설립하고, 새로운 회원을 영입해 새 음반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달 말에는 노찾사 1, 4집을 재발매하고 책자도 발간한다.
“이번 공연 제목이 뭔지 아십니까. ‘아름다운 미래의 혈색’입니다. ‘핏줄’이 아니라 ‘혈색’이죠. 김정환(시인) 형이 만들어주신 건데, 우리의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냐, 그 뜨거웠던 젊음과 조우해 보자, 그리고 물어보자, 내일은 어때야 할까, 뭐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손잡고 오세요. 이대가 경치는 또 얼마나 좋습니까?”(문대현)
예매 인터파크(1544-1555), 티켕링크(1588-4567).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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