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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1.5룸 청소에 100만원’ , 저질 기사 되풀이 구조 어떻게 바꿀까

등록 2021-11-03 04:59수정 2021-11-05 21:19

‘저널리즘 황폐화’ ‘공유지의 비극’ 논란 속
알고리즘·아웃링크 등 법안 20여개 발의 중

유네스코 “플랫폼은 단순중개자 아냐” 규정
이용자까지 시야 넣은 사회적 개입 합의 필요
디지털뉴스를 볼 때 1순위로 이용하는 경로에 대한 연령대별 응답 비율.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 한국>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에 저널리즘을 묻다.’ 지난달 28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저널리즘 주간’의 한 세션 명칭은, 언론사가 아니라 포털이 저널리즘을 좌우하는 현실을 가리킨 상징적 표현이었다. ‘저널리즘 질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관련 규제 법안이 쏟아진 데 맞선 포털의 적극 대응일까. 이 행사엔 네이버·카카오·구글 쪽 연사들이 모두 나섰다.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은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고 노력에 비해 사회적 인정이 적은 것 같다”고 4년 만에 이 행사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여야 양당은 1일부터 한달 전 약속한 국회 언론특위 구성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진척이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신문법·방송법·정보통신망법·언론중재법을 망라한 합의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관측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플랫폼 규제 이슈는 언론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시장독점에 따른 수익 착취 논란과 맞물려 대선과 그 이후까지 계속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포털 포퓰리즘’의 시대

과거 포털 뉴스편집과 관련된 주요 논란이 ‘정치 편향성’이었던 데 비해, 2015년과 2018년 다음과 네이버가 뉴스편집에 알고리즘을 도입한 이후 초점은 저질 기사 양산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 상반기엔 함량 미달의 국제뉴스, 최근엔 ‘1.5룸 청소에 100만원’ 기사처럼 온라인 커뮤니티발 무분별한 베껴쓰기가 이슈가 됐다.

‘저널리즘 황폐화’ 책임이 언론사, 포털, 독자 가운데 누구 하나에만 있을 순 없다. 분명한 것은 한국 언론의 독특한 환경이다. 1일 언론재단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 한국 편을 분석해 발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 한국’을 보면, 뉴스 주 이용경로를 포털이라 답한 비율이 한국은 72%로 전체 46개국(평균 33%) 가운데 단연 높다. 개별 언론사 사이트나 앱은 5%(전체 평균 25%)에 불과하다.

포털의 이용 비율이 높더라도 다양하거나 심층적인 기사가 적절하게 유통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독자 유료 모델을 찾지 못한 언론사들로선 포털의 전재료(다음)나 광고수익 배분(네이버)에서 가장 중요하고 명확한 지표는 조회수이다 보니, 자극적·선정적 기사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봄 문화방송(MBC)의 <스트레이트>는 네이버 모바일 알고리즘 추천 영역을 분석한 결과 중앙일보·조선일보·한국경제 등 보수 언론이 전체의 48%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결과는 이들이 포털의 정책 변화에 시시각각 대응하도록 더 많은 자원 투입이 가능한 매체란 점과 무관치 않다. 실제 5개 일간지의 2006~2020년 네이버 기사 게재 건수(<한국 언론과 포털 뉴스서비스>, 김위근·황용석)를 보면, 한겨레·경향신문·동아일보에 비해 조선일보·중앙일보는 매해 증가폭이 크고 건수도 1.5~2배에 달했다.

한 경제지 디지털 부문 담당자는 “언론사들이 담합해 적어도 에스엔에스나 커뮤니티 단순 인용은 안 썼으면 좋겠다. 지시하기도 괴롭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매체들이 혜택은커녕 차별성도 지니지 못하는 환경에서 우리만 달라질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은 신뢰도가 낮은 언론사가 영향력, 그것도 정치적 영향력까지 유지하는 나라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경제적 안정의 바탕이 포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뉴스제평위가 지역언론을 9개 권역으로 나눠 1개씩 최상위단계인 뉴스콘텐츠 제휴(CP) 매체로 선정하겠다던 계획과 관련해) 1도1사 같은 형태를 어떤 나라에서 생각할수 있나. 포털과의 뉴스콘텐츠 제휴를 위해 작은 매체들은 뉴스제휴평가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떤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까지 맞춘다. 말그대로 포털이 저널리즘을 바꾸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저널리즘 주간 세션 ‘플랫폼에 저널리즘을 묻다'에서 좌장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맨 왼쪽)와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가운데), 김대원 카카오 이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케이트 베도 구글 뉴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지난달 28일 저널리즘 주간 세션 ‘플랫폼에 저널리즘을 묻다'에서 좌장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맨 왼쪽)와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가운데), 김대원 카카오 이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케이트 베도 구글 뉴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아웃링크’ 거론되는 이유

이런 상황 때문에 포털 규제 논의는 끊이지 않았다. 현재도 포털 뉴스서비스와 관련된 법안 20여개가 발의돼 있다. 특히 알고리즘 공정성이 이슈가 되면서 기사 배열의 구체적 기준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이 여럿 있다. 다만 알고리즘 공개는 기업 영업 비밀에 대한 과도한 침해 논란 말고도 사회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거나, 기술적 복잡함으로 공개 수준과 검증 여부 기준이 모호하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날 김대원 카카오 이사는 “클릭 기반이 아닌 저널리즘 기여를 중점적으로 모색한 알고리즘을 도입해 국제학술지에 기고하고 학회에도 수없이 설명했다. 그런데도 알고리즘을 보여달라는 단순한 이야기만 반복된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책무 이행인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과 불만을 털어놨다.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은 “2018년 외부 검증위원회의 알고리즘 검증을 거쳤고 올해도 진행 중이다. 세계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사에 편집권한을 넘겼다고 하지만 아직 네이버 뉴스트래픽의 30%를 차지하는 ‘마이뉴스’는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그는 알고리즘을 ‘레시피’에 비유하며 “훌륭한 레시피를 제공할 책임은 포털에 있지만 원재료인 좋은 저널리즘을 제공할 책임은 언론사에 있지 않나”고도 말했다.

알고리즘 논쟁의 한계 속에 거론되는 대안 중 하나는 ‘아웃링크’ 전환이다. 포털 안에서만 보는 ‘인링크’가 아니라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앱으로 연결되는 아웃링크가 특히 모바일에 전면 적용되면, 언론사가 지속적으로 이용자가 방문하도록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독자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질적 경쟁’에 나설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아웃링크 도입을 의무화(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하거나, 독자가 검색하거나 언론사가 직접 선정·배열한 기사만 뉴스서비스를 하도록 강제(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대표발의)하는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것이 체계적 앱 구축이 힘든 작은 매체를 도태시킬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한 주요 일간지 디지털전략 담당자는 “아웃링크 법제화가 바람직하다”며 “당장 힘들다면 인링크와 아웃링크 중 선택하게 하고, 단기수익보다 저널리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언론사들이 함께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포털 문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이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된다는 ‘공유지의 비극’ 이론에 비유되곤 한다. 이날 좌장을 맡은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뉴스 등을 개방하되 광고와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갖는 포털을 ‘길거리와 풀밭은 개방하면서 주변에 광고판과 매대를 설치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에 비유했다. 2018년 유네스코 보고서 또한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가 아니며 “알고리즘은 문화적 표현과 접근의 미래를 형성하는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시민사회나 학계에서 단순히 언론사-포털 관계를 넘어 이용자인 시민들을 시야에 넣은 사회적 규제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정 교수는 “포털은 법적인 공유지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공유지가 됐다”며 “정치 편향성 논쟁보다 저널리즘 품질 제고에 집중해 다양성, 소수자·약자 보호 등 공통의 인식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개입을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현재 언론계 내부와 포털의 이익 대변에 치우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해체 수준으로 바꾸고 포털이 미디어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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