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호 아기 백일 기념 가족사진. 왼쪽부터 외할아버지 최호천, 아빠 정민우, 엄마 최해님, 외할머니 이정화씨. 최호천씨 제공
1983년 11월 결혼해 두 딸을 두었다. 두 딸과는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2002년 근무하는 대학에서 1년 연구년을 받아 일본 사가대학에 외국인 객원 연구원으로 가게 되었다. 규슈 지방 북부에 있는 사가현에서, 큰딸은 키타고 3학년, 막내딸은 조사이중 3학년을 다녔다. 그때 두 학교에 외국인이 한 명도 없었고, 아이들은 일본어도 서툴렀지만 힘든 과정을 잘 적응하여 무사히 마쳤다.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때 인연을 맺은 여러 일본 분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
지금 큰딸은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 강의를 하고, 막내딸은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큰딸은 2017년 33살로 결혼했다. 우리 집에 아들(사위)이 생긴 셈이다. 3년만인 지난해 기다리던 새 식구가 또 생겼다. 태명이 ‘루카’라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 곳곳에 번져가고 있는 공포의 상황이라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를 뱃속에서 키우고 있는 딸과 사위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저 “조심, 또 조심” 당부할 뿐이었다. 이렇듯 10개월을 조마조마하게 보내고 루카는 무사히 세상에 나왔다.
지난 8월 10일 낮 12시42분. 외손주 ‘정서호’가 탄생하였다. 이 얼마나 감동의 일인가!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둬야 할 또 하나의 기쁜 기념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고 한다. 탄생이라는 말도 있는데 예전에는 성인 또는 귀인이 태어남을 높여 이르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고귀한 일이 없으니 당연히 가장 높임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매화나무를 전지한 가지를 보관했었는데, 임신 소식을 들은 날부터 나뭇가지를 잘 다듬어 물고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책임지고 열심히 살며, 건강하게 자라서 세상에서 필요한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담아 물고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빌 작품을 만들어 탄생일 기념선물로 준비했다. 외할머니가 된 아내는 퀼트로 속싸개, 겉싸개, 배냇저고리, 턱받이, 모자, 기저귀 가방, 이불 등등 외손주가 사용할 여러 가지 용품들을 정성스레 직접 만들었다.
외손자 정서호 아기 백일 선물로 최호천씨가 직접 만든 물고기 모빌. 최호천씨 제공
어느새 우리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외손자와 관계는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기쁨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나날이다.
시간이 번개처럼 빠르게 흘러 11월 17일 백일을 맞았다. 칭얼대고, 활짝 웃고, 소리 내어 우는 모습 등등 모든 행동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서호야, 네게 들려줄 ‘콩 세 알’이라는 얘기가 있단다.
옛날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서 콩을 심고 있었다. 손자가 흙을 파서 구멍을 내면 할아버지는 콩 세 알을 넣고 흙을 덮었지. 손자가 그 행동이 이상해서 "할아버지, 구멍 하나에 콩 한 알만 넣지, 왜 세 알씩 넣으세요?"라고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웃으시며 대답했다. “그래야, 하늘에 나는 새가 한 알 먹고, 땅에서 사는 벌레가 한 알 먹고, 나머지 한 알이 자라면 사람이 먹는 거란다.”
이 내용은 천(天)·지(地)·인(人) 즉, 하늘·땅·사람의 세 힘이 한데 어울린 세상에서 서로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란다. 너도 네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호야! 네가 우리 가족으로 태어나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매일매일이 행복이란다.”
용인/외할아버지 최호천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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