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언론계는 뜨거운 논란의 한해를 보냈다. △에이비시(ABC)협회 발행부수 조작 △언론중재법 개정안 충돌 △연합뉴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기사형 광고’ 문제 △포털 영향력 절대화 속 선정적·자극적 기사 범람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연합뉴스 ‘퇴출’ 결정으로 본격화한 ‘탈포털’ 문제 등이 꼽히는데, 대부분 내년에도 논란이 지속될 ‘살아 있는’ 사안들이다.
당장 연간 1조1천여억원에 달하는 정부 광고에서 에이비시협회 부수를 대체할 핵심 지표인 종이신문 열독률 조사 결과가 이번주 공개되는데, 결과에 따라 지표의 적절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열독률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새로 핵심 지표로 삼은 만큼, 언론사별 독자위원회의 실질화나 심의기준 준수 강화 등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언론중재법 개정이 보류된 이후에도
개정 찬성 여론이 76.4%에 달한 데서 보듯, 가짜뉴스 예방과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를 위해 언론계가 책임 있는 응답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 또한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의 새해 화두가 ‘사회적 책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론의 ‘생존 전략’ 모색은 절박한 화두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는 포털이다. 새달 실시되는 카카오의 뉴스서비스 개편은
포털의 ‘탈뉴스’ 정책 본격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뉴스에서 알고리즘 추천과 랭킹을 폐지하는 한편, 1인 크리에이터나 언론사가 동등하게 구독자를 모으는 ‘마이 뷰’를 전면에 내세운다. 카카오로선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포털 입점 심사를 하는 뉴스제평위에 참여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포털 ‘퇴출’ 결정에 반발한 연합뉴스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최근 받아들여진 상황까지 겹쳐, 제평위 체제의 재편은 불가피해졌다.
언론계 안팎에선 과거 댓글 정책이나 알고리즘 도입 때처럼 네이버가 조만간 카카오 방침을 좇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포털로 인한 ‘저널리즘 황폐화’를 비판하면서도 자체 플랫폼 강화보다 포털 수익에 기대왔던 언론사들이 독자적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할 시점이 눈앞에 닥친 셈이다. 올해 한겨레가 후원회원제를, 조선일보·중앙일보가 독자 온라인 회원 가입 강화를 본격 가동했지만 갈 길이 멀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언론사들이 포털 탓을 하며 그동안 투자 등을 미뤄왔다. 포털의 ‘탈뉴스’에 따른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능동적인 ‘탈포털’ 전략을 적극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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