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말 전교 회장 후보로 나선 아들 이바하군이 학교 정문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정민숙씨 제공
지난해말 전교회장으로 당선된 아들 이바하군이 학생들에게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정민숙씨 제공
새해 13 살 맞이하는 아들, 바하의 생일(2월3일) 축하한다 . 올해는 마침 호랑이 해구나. 호랑이띠인 바하와 친구들 모두 ‘어흥’하며 기운차고 씩씩하게 한 해를 보내길 바란다.
2010년 곧 태어날 너를 위해, 의미있는 이름을 지으려고 한달 넘게 끙끙대다 문득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었지. “바하,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라. 하늘처럼 높고 커다란 이상을 품고 너의 꿈을 실현하라!”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이상적이어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구나. 그저 마음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늘의 삶을 즐기길 바랄 뿐이야.
지난해 고대하던 태권도 검은 띠를 딴 것도 축하한다 . 도복에 검은 띠를 매고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느새 부쩍 커버린 아들이 멋져 보여 참 흐뭇했어 . 태권도를 사랑하는 바하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음을 실감한다 . 또 비 개인 날이면 콘크리트 바닥에서 꿈틀대는 지렁이를 흙으로 보내주는 너를 보며, 가엾은 생명에게 연민을 느끼는 감수성도 지닌 것 같아 뿌듯하다 . 기후 재앙에 시달리는 지구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함을 알려주는 <한겨레> 기사를 함께 보며 얘기할 때마다 바하가 어느새 세계인의 정체성까지 깨달아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
2021년 아들 이바하군은 태권도 검은띠(3품)를 땄다. 정민숙씨 제공
새학기 전교 어린이 회장 당선도 축하한다. 회장 선거와 부회장 선거에서 두 번 탈락했지만 ,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끝에 당선되어서 더욱 대견하다 . 지난 연말 추운 날씨에 힘들었지만 , 친구들과 즐겁게 선거홍보를 한 닷새간의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기억이 될 거야 .
사랑하는 바하야 . 곧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는구나 . 엄마아빠는 바하와 친구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속가능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 눈 앞에 닥친 기후재난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양극화와 불평등한 세계의 현실을 피부 깊숙이 느끼는 나날이잖니?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정치 지도자를 뽑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또 바하와 같은 어린이들을 지혜롭고 현명한 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이 부모 세대의 소중한 임무라는 사실도 절감한다 .
곧 6 학년이 되는 바하야 . 입시경쟁과 능력주의로 살벌한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해서 부모로서 미안할 때가 많구나 . 주위를 돌아보면 선행학습 시키는 학원들이 즐비하고 방송매체나 유튜브를 통해 서울대 보낸 부모들과 전문가들의 비법이 넘치는데, 취미로 예체능이나 시키고 ‘ 방과후 학교 ’ 를 보내고 있으니 시대에 뒤떨어진 무능력한 부모로 취급받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보 력 경제력 다 갖춘 부모가 되지 못하면 자괴감과 비참함을 세트로 안기는 현실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비장함마저 생겨나는 요즘이다 .
2021년 봄 전남 순천 선암사 나들이 때 수국꽃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엄마 정민숙씨·바하군·아빠 이영섭씨. 정민숙씨 제공
며칠 전 김누리 교수님의 ‘민주주의의 성패는 교실에서 갈린다’는 칼럼을 읽었다 . 전교 일등 파워엘리트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교실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야 하고,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 .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를 비롯한 소시민들이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길러내야 함을 새삼 깨닫는구나 . 초심을 잃지 않고 어린 너희들을 위해 동료 시민들과 연대할 것을 다짐해본다 .
바하도 언제나처럼 학교생활 재미나게 하고 친구들과 힘껏 놀고 책과 음악을 사랑하길 바란다 .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 책과 예술은 위로하고 버틸 수 있게 하는 내적 힘이 될 거라 믿는다 .
엄마아빠는 마음 속에 품은 새해 소망이 있단다 . 한반도 평화 정착과 하루 빨리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는 거란다 . 그래서 바하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보다 더 살고 싶은 나라가 되도록 간절히 바란단다 .
순천/엄마 정민숙, 아빠 이영섭
원고료를 드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