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곤충의 세계에 빠져 있는 김동하 어린이가 표본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건조 사슴벌레를 들어보이고 있다. 고솔씨 제공
하나뿐인 내 아들 김동하 어린이! 초등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해. 이도 나지 않은 젖먹이였을 때 넌 밤에 자주 깨고 울었지. 육아에 직장까지 다니느라 지쳐 있는 엄마에게 누군가 그러더구나. “힘든 것 같아도 이 시기는 금방 지나가. 얼마 안 있어서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할 걸?” 그땐 그 말이 와 닿지 않아서 한 귀로 흘려버렸는데…, 이제와 떠올려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었구나. 네가 태어난 이후로 모든 순간, 순간이 엄마에게는 환희 가득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 그런 소중한 나날 속에서 이렇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어 더욱 고마워.
지난해 동하가 배앓이를 심하게 했을 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서 결국 대학병원에서 내시경 검사까지 받아야 했지 . 작은 몸으로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엄마는 지금도 눈물이 나고, 옆에서 잘 챙겨주지 못해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싶어서 한없이 미안해진단다 . 차라리 너 대신 엄마가 아프고 싶었고, 네가 나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것 같은 괴로운 나날이었어 . 그나마 이제는 치료도 다 끝나고 아프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 이번 기회에 너의 체질에 대해 잘 알게 되었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야 .
이제 학교에 입학하면 새로운 선생님 , 친구들과 만남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워낙 친구들과 잘 지내는 동하이니까 잘 적응하리라고 믿어. “ 엄마 , 1 학년 들어가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 ” 라고 말했지 ? 그래 , 엄마도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학교 생활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 . 처음 겪는 일들이 조금은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면 별 문제없이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을 거야 .
지난해 가을 추석 때 유치원에서 ‘보름달 소원빌기 놀이’를 하고 인증샷을 찍은 김동하 어린이. 고솔씨 제공
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요새 들어 동하가 부쩍 큰 아이처럼 느껴지더라 . 워낙 탐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동차 , 공룡에 이어서 벌써 몇개월째 사슴벌레에 푹 빠져 있는 우리 아들,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태나 환경과 동물 보호에도 관심이 많지? 겨울이 오기 전까지 유치원 등원할 때 끌고 다니는 웨건에 ‘지렁이 구조대 ’ 라는 이름까지 붙이고 비 오는 날이면 길을 잃고 헤매는 지렁이들을 열심히 구조해서 땅으로 돌려 보내주곤 했지 . 아직 어린 나이지만 관심 분야의 책을 탐독하고 , 엄마와 신문을 함께 보면서 환경이나 동물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스크랩하기도 하는 너의 그 귀한 탐구심과 호기심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야.
얼마 전 입학할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면서 엄마가 동하의 장래희망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지 ? 예상은 했지만 동하는 역시 곤충 사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어 . 엄마는 동하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서 바라보기에 참 멋지더라 . 아직 어린 나이지만 계속해서 너의 꿈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언젠가 너에게 꼭 맞는 뚜렷한 꿈을 품게 되는 날이 올 거야 . 그게 뭐가 되었든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가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분명 멋진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해 . 엄마 , 아빠 역시 네 소중한 꿈과 미래를 응원할게 .
지금 우리가 이렇게 지난날의 소중한 추억과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행복하듯이 동하가 조금 더 커서 1 학년 입학했을 때를 추억하며 더 먼 미래를 꿈꿀 날이 오겠지 ?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 항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 운동도 열심히 하고 영양 가득한 식사를 위해서 더 신경 쓸게 . 엄마가 늘 하는 말 기억하지? “ 동하야 , 오늘도 사랑해 . 내일은 더 많이 사랑하자 .”
경기도 시흥/ 엄마 고솔, 아빠 김용섭
원고료를 드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