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값이 오르면 한국의 물가 역시 치솟는다. 세계는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국제 기사의 중요도도 높아지는 이유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 열린 10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한겨레> 국제 기사와 오피니언을 집중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승윤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경식 고철(高哲)연구소장,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김준일 뉴스톱 대표, 대학생 위지혜씨,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편집기획위원,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이 참여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하지 못했다. 한겨레에서는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정은주 콘텐츠총괄, 정환봉 소통데스크, 이순혁 오피니언 부장이 함께했다.
이승윤 오늘은 한겨레 국제 기사와 오피니언을 검토하기로 했다. 위원님들의 의견을 부탁드린다.
김경식 한겨레가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가 가장 잘 반영되고 있는 것이 국제 보도다. 정파성이 아닌 가치 중심의 정체성이 잘 반영되고 있다. 우선 강대국 논리보다 약자, 소수자, 현지 주민의 시각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중동, 아세안 관련 보도에서 이같은 장점이 잘 드러난다. 전세계의 기후소송 등 국제 정치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 생태, 다양성 문제를 많이 다루는 것 역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 걸친 아타카마 고원 원주민이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리튬 채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 등 세계적 인과 관계 속에서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도 좋다. 다른 언론사의 국제 기사를 보면 대부분 외신을 번역해서 소개하거나 거기에 자신의 시각을 조금 덧붙이는 정도다. 일본 사도광산에서 희생된 한국인이 추가로 있다거나, 인도 민족주의 관련 기사 등 어떤 신문에서도 못보는 기사다. 정의길 선임기자의 국제정세 분석, 박민희 논설위원의 기사나 글은 배울 내용이 많다.
이명재 23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겨레가 기획기사를 내놓았는데, 현 정부의 친미·반중과 다른 시각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시도한 점이 한겨레답다는 생각을 했다.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다만 같은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사설에서 중국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처럼 쓴 것은 지적하고 싶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정도로 다뤘는데 양비론이다. 한국 정부가 사드 도입을 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를 더 명확하게 짚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국제면은 1개면 정도를 할애하고 있는데, 비중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한다. 기사 대부분이 미국와 일본, 중국에 편중됐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분량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 시각의 편중도 크다. 보통 인용하는 언론이 에에피(AP) 등 서구 외신 중심이라 그 나라의 시각이 크게 반영된다. 한겨레가 국제 뉴스의 이런 편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카터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에 반기를 들어 영웅이 된 싱글러브 전 유엔사 참모장이 사망해 여러 언론에서 다뤘다. 대부분 한국의 은인이라는 찬사 일색이었다. 한겨레 기사는 다른 기사들과 차이가 있긴 했지만, 더 깊이 있게 다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을 보면 싱글러브가 극우주의와 상당히 관련 있는 인물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내용들까지 기사에 포함됐다면 다른 기사와 더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김영주 지난 5일 대부분의 신문이 1면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에 이어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기사와 중국이 대만 상공을 지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펠로시 대만 방문 경고 목적의) 무력 시위를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두 기사 중 국제 정세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의 무력 시위의 보도 가치가 더 컸다고 본다. 하지만 한겨레는 그날 1면에 해당 기사를 실지 않았다. 3면에서 전면으로 다루긴 했지만, 1면에 짧게라도 다룰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23일치 한중 수교 30주년 기사는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다. 다만 저서나 기자간담회 등에서 인용한 전문가 발언이 많이 들어갔는데, 전문가 직접 취재를 더 폭넓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려운 용어 사용도 개선되면 좋겠다. 중국 관련 기사에 ‘용중’(중국을 활용하다)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다.
위지혜 국제 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읽을 때마다 어렵다. 진입 장벽이 높다보니 젊은층은 국제 문제가 궁금할 때 이를 쉽게 설명해주는 유튜브 콘텐츠 등을 찾는다. 중국 관련해서는 8월4일 칼럼인 ‘호기심이 줄어들 때’가 인상 깊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친중-반중 논란에만 치우쳐 풍부해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나 역시 중국 생각하면 시진핑, 대만, 경제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 언론은 국제 뉴스를 다룰 때 그 나라의 정치나 산업적인 측면을 주로 다룬다. 그러다보니 실제 해당 국가의 사회적 변화나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적다. 현장과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도해주면 좋겠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이해해야 그 국가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 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국제 기사의 시야도 더 넓어지면 좋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이슈이긴 하지만 동남아시아 등 주목받지 못하는 여러 국가들의 이야기도 주목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지난 한달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콘텐츠는 8월13일치에 나온 ‘우크라 떠난 생명 살릴 곡물은 굶주림을 돕지 않는다’라는 기고였다. 러시아의 항구 봉쇄가 풀려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실은 수출선이 운행을 재개한다는 다른 기사들을 보고 세계적인 식량난이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기고를 읽으면서 결국 식량 원조보다 돈이 되는 쪽으로 수출선이 간다는 이면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홍콩 해직 기자가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는 ‘오마이 홍콩’도 좋아한다. 현지 상황을 잘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콘텐츠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소희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과 한국 방문, 미중 갈등, 칩4 동맹(반도체 생산·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국·미국·대만·일본의 동맹) 등 여러 국제 기사와 이슈가 있었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한겨레 사설에서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중해야 하는 것인지 계속 의문이 들더라.
한겨레가 유럽 기후 위기, 기후 위기 현장 사진 등을 다루고 ‘이주의 온실가스’를 계속 보도하면서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점은 좋다. 다만 이주의 온실가스의 경우 지난 수치가 함께 나오지 않아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비교가 어렵다. 과거 수치도 함께 표기해서 비교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한겨레가 여러 지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나 국제적은 흐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도해주면 ‘위기 이후’를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준일 한겨레 홈페이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제 기사는 흐름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겨레 홈페이지(PC 버전)에서 '국제' 메뉴를 클릭하면 미국,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지역별로 카테고리가 되어 있다. 이렇게 구분한 이유가 있겠지만, 각 이슈별로도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 이슈는 메뉴에 포함해서 접근성을 높이면 독자들이 연관 기사들을 보면서 이슈의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수사 역시 다음 미국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라고 한겨레가 판단한다면 이를 별도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뉴에 직접 넣는 방식이 말고도 홈페이지 상단을 보면 여러 키워드가 태그로 나와 있는데 그곳에도 (흐름이 중요한) 국제 이슈를 더 적극적으로 포함해 주면 좋을 것 같다.
한중 수교 30주년이 24일인데, 이와 관련해 비중있는 기획기사가 필요해 보인다. 젊은층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북한보다 낮다. 대중 무역 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한중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파티를 즐기는 영상이 논란이 됐다. 한겨레도 관련 기사를 다뤘는데, 제목에 ‘격정적 춤’ ‘마약검사 음성’ ‘광란의 파티’ 같은 단어가 포함됐는데 너무 가십성으로 다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부분은 아쉬웠다.
이승윤 얼마 전에 하루 사이로 50~60대 진보학자와 30~40대 사화과학을 공부하는 동료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한겨레에 대한 이야기가 두 자리 모두에서 나왔는데, 한쪽(30~40대)에서는 한겨레가 (특정 진영에) 편향적이고 권력 기관이 됐다는 말이 나왔고, 다른 쪽에서는 한겨레가 더 세게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국제 기사에서도 드러날 수 있는 쟁점 아닐까 한다. 한국의 자주성, 국익을 중요시하는 것과 인류 보편의 가치 추구 사이에서 한겨레가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고민이 큰 것 같다. 가령 다른 나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환경 파괴나 노동 착취 문제를 다루거나 반도체를 둘러싼 갈등 등 여러 사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의 국익과 인류의 보편적 인권 문제가 충돌할 수 있다. 중국, 미국 등 강대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여러 갈등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주기 바란다.
김영주 국익과 보편적 가치의 충돌은 언론만 아니라 시민사회나 학계에도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즈의 경우에도 미국 국익이 걸린 쟁점에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또 이 두가지가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합리적인 방향인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재 한중, 북미 관계에서 한국은 균형 촉진자의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많은 언론은 국익을 매우 해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분법적 도식으로 어느 일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대체로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가 당장 국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일본이 대표적인데,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나 있다보니 국제 사회에서 경제력에 비해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인 친미, 반중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가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위지혜 이른바 ‘엠지’(MZ) 세대에서도 반중 정서 등이 조만간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사회에서 중국 유학생, 난민이나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심해지고 있다. 국익 중시나 민족주의적 관점은 더 확고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의 스텐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 문제를 볼 때 그것을 민족주의 관점으로 볼 것이냐 휴머니즘의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냐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휴머니즘적인 관점을 취해야 다른 국가의 시민들과 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관점에서 국제 기사가 나온다면 다양한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윤 다음으로 한겨레 오피니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보면 좋겠다.
김영주 지난 5월 오피니언 새 필진을 발표한 것을 봤는데 24명 중 여성 필진이 5명 밖에 되지 않았다. 언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인데 구성이 이러면 남성의 시각이 주로 반영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내 필진 역시 여성 비율이 낮다. 여성 전문가나 독자, 시민을 발굴해서 필진으로 초대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년 전에 언론진흥재단에서 개최한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프랑스 여성 언론인 회장을 초청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언론재단 간부 중에 유일한 여성이었던 나를 보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또 프랑스에서도 미디어 업계와 저널리즘 세계가 남성다움을 과시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여성 몫으로 정해진 자리에는 적절한 사람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남성을 뽑지 않고 공석으로 둔다고 한다. 그런 노력을 한겨레도 해주면 좋겠다. 최근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학회나, 연합회 등이 있기 때문에 그런 단체를 통해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명재 한겨레 오피니언면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여론 지형의 향배에 한겨레의 힘을 100이라고 하면 오피니언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한 50이라고 생각한다. 주류와 다른 한겨레 만의 시각에 대한 기대와 요구치가 높다. 한겨레가 사상 시장에서 가지는 위치가 가볍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부응하느냐에 대해서는 자기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겨레 내부 필진의 경우 비교적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으로 아는데, 자유는 자기 구속을 전제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있다. 모든 소신이 올바른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독소가 될 수 있다. 엄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겨레 기자의 글이 있었는데, 내각제 주장 자체가 잘못이라기 보다 그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현재의 문제를 대통령 제도 자체의 결함으로 짚는 것인데 이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젊은 기자들이 쓰는 ‘슬기로운 기자생활’에 대해서는 양면적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사적 경험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오피니언면에 적합하냐는 생각도 든다. 내부 필자를 통해서 조금 더 제대로된 담론, 튼튼한 담론이 나오면 좋겠다.
위지혜 젊은 독자들은 ‘슬기로운 기자생활’ 코너를 너무 좋아한다.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기사에 모두 담기 힘들다. 그런데 슬기로운 기자생활을 보면 기자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사안에 접근하는 지를 알 수 있다. 기사로 충분히 해소해주지 못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즐겨 읽는다. 앞으로도 더 활성화되어 젊은 기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연재인 ‘6411의 목소리’는 일터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칼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소희 사설의 경우 대부분 정치권 이슈를 다루고 있어 폭이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식 한겨레 오피니언의 특징은 굉장히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참여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데, 가끔 게으른 칼럼이 나오는 것 같다. 한겨레의 시각 아래 사례를 맞춰넣는 느낌의 칼럼들이 그런 사례다. 가령 산업용 전기요금은 과거와 달리 상당히 비싸졌다. 하지만 여러 칼럼이나 사설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아직도 저렴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하나 인과관계를 물고 가는 방식으로 설득력을 높인 칼럼을 보고 싶다.
김준일 오피니언을 보면 한겨레의 고심이 많이 느껴진다. 균형감과 다양성 모두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가지 정도 의견을 내자면 필진은 훌륭한데,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팔딱팔딱 뛴다는 느낌이 없다. 순서에 따라 각 필진이 칼럼을 쓰는 지금과 같은 방식뿐 아니라 논쟁적인 쟁점을 다루는 기획 등으로 오피니언 자체가 이슈가 되도록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이명재 위원이 지적한 내각제 칼럼은 성한용 선임 기자의 칼럼인데, 개인적으로는 성 기자의 칼럼을 늘 꼼꼼히 읽는다. 내각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소 뜬금없이 보일 수는 있지만 허용을 하지 못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오랜 기간 정치 기자로 일해 온 성 기자의 칼럼이 공론을 형성하는 기능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재 내각제 주장 자체 보다 논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 오피니언에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작은 프레임들이 모여서 큰 프레임이 되는데, 각각의 프레임들이 잘 작동하고 있느냐는 한겨레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검 시스템의 역량에 문제가 없는 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이소희 끝으로 ‘쇼 거부했던 돌고래 태산이, 무지개다리 건넜다’ 기사와 관련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사 내용 중에 ‘복순이는 태산이의 새끼를 두 번이나 임신했지만, 모두 사산하고 말았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사산한 아기 돌고래는 복순이의 새끼이기도 하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쓸 때 이런 고민도 해주면 좋겠다.
10기 열린편집위원들은 8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16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기사는 기후 위기와 기후 불평등을 의제로 소송에 나선 국외 사례를 다룬 ‘세계는 기후소송 중’ 보도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김경식 위원은 “ 이슈의 세계적 인과관계를 바라보는 한겨레만의 시각이 잘 드러난 기사”라고 평가했다.
1. ‘세계는 기후소송 중’ 연재
남종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심사평: “기후 위기가 세계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게 해주는 기사.”
2. 역대 장관 927명 중 여성 59명뿐…기재·행안·통일부는 ‘0명’
이주빈 스페셜콘텐츠부 기자·이정연 팀장
심사평: “고위직의 성비 불균형 문제를 통계로 증명해 준 기사.”
3. ‘2022, 반지하에 산다’ 기획
방준호 불평등데스크, 장필수 탐사기획팀 기자, 서혜미 사회부 기자, 최하얀 경제산업부 기자
심사평: “기습 폭우 이후 반지하 주거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4. ‘김건희 여사, 12억 관저 리모델링사 대표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
배지현 정치부 기자
심사평: “관저 리모델링 업체와 김건희 여사의 관련성을 의심할만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다.”
5. 마약·성매매 피해→반신마비…일상까지 1년, 혼자 아니었다
이우연 사회부 기자
심사평: “사건 뒤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기사”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