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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전쟁 맥락 잘 짚어…국제 보도에도 직접취재 노력을”

등록 2023-12-03 18:38수정 2023-12-03 21:13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국제 보도 점검
“서방 관점 일변도 외신 속 균형잡기 돋보여
하마스와 팔 민중 분리해 보는 시선 아쉬워”
11기 열린편집위원회 일곱번째 회의가 11월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1기 열린편집위원회 일곱번째 회의가 11월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신냉전 질서 강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질서가 요동치면서 국제 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기사는 국가들 간의 관계와 역사, 지정학·지경학적 상황을 두루 담아야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한겨레의 관점도 보여줘야 한다. 상당한 전문성과 품이 들어가는 일이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1기 열린편집위원회 일곱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국제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김우경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피아르(PR) 담당 부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 방준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창식 <한겨레:온> 편집위원, 이예진 경상국립대 학생(전 경대신문 편집장),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 이준형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전정윤 인사교육부국장, 길윤형 국제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오늘은 한겨레의 국제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했다. 다뤄야 할 이슈는 많고 인력은 제한돼 있어서 어려움이 많으리라는 건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사정을 잘 모르는 독자의 관점에서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다.

이윤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다. 이 전쟁을 다루는 국내 보도들이 영미권 외신을 그대로 받아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외신들이 이스라엘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고, 또 거짓으로 드러나는 내용도 있다고 들었다. 한겨레는 외신 보도에 대해 어떻게 검증을 하고 있고, 하마스 쪽의 입장은 어떤 식으로 반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쟁 보도로 전쟁 치르는 언론들’이라는 기사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언급을 해주셨는데, 독자들이 전쟁 관련 기사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미디어 리터러시 기사 같은 것들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형  국제 보도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독자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때그때 발생한 일들이 어떤 역사적인 맥락, 어떤 지정학적 맥락 속에 있는지 알려주는 게 참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는 한겨레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의길 선임기자의 기사가 국제정치나 전쟁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미국·유럽 정부들의 입장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겨레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하마스의 입장을 충분히 다루려고 하는 건 균형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분리해서 바라보고, 하마스의 행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김종진  유엔 안보리가 이스라엘-하마스의 즉각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휴전’과 ‘교전 중단’의 의미 등 용어 설명을 친절하게 해줘서 유익했다. 여러 나라가 내놓은 결의안 초안의 처리 상황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준 것도 좋았다. 국제면에는 다른 지면에 비해 지도와 인포그래픽이 잘 활용되고 있더라. 미국에서 보수색이 짙은 지역으로 꼽히는 텍사스주의 휴스턴에서 성소수자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는 우리나라의 지방정부가 진보적 정책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주는 좋은 기사였다.

김우경  국제 뉴스는 일반 독자들이 이슈를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따라가기 어려운 분야다. 그래서 전문성이 있는 기자들이 중간중간에 사안의 맥락을 설명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구정은의 현실 지구’처럼 외부의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보도에서 피해자의 이야기를 비롯한 전쟁의 참상을 부각시킨 것이 한겨레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메인 화면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슈 묶음을 노출해서 관련 기사들을 쉽게 볼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탓에 관심 밖으로 밀려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한번씩 다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예진  제 주변의 대학생 친구 10여명에게 한겨레 국제 보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다른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기후나 환경 등 앞으로 중요해질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좋다는 평가가 있었다. 반면, 정치·경제 같은 굵직한 이슈 외에 문화라든가 좀 더 다양한 기사들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웹이나 모바일 앱으로 기사를 보기가 불편하다는 지적을 했다. 다른 언론사에 비해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는 거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제 보도에서도 인권이나 노동, 환경 이슈를 다루는 것이 진보 매체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제면에 실린 ‘어린이 렌즈 투자’ 기사는 한겨레의 차별성이 드러나는 좋은 기사였던 것 같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보도에서는 서구의 이중 잣대나 민간인 학살 문제를 잘 지적해줘서 좋았다. 끝으로 국제 이슈와 관련해 한국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시민들은 어떤 자세로 국제 뉴스를 대해야 할지 등을 짚어주는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창식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다룬 한겨레 기사와 칼럼들이 독자들이 이 사안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박민희 논설위원의 팔레스타인 인권운동가 인터뷰는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이번 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제시한 굉장히 좋은 기사였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보도에 굳이 등급을 매긴다면 에스(S) 등급을 주고 싶다. 다만, 한 가지, 이번 전쟁을 일으킨 하마스에 대한 비판이 너무 없어서 좀 아쉽긴 했다. 그리고 한겨레 국제 기사 중에 중국 관련 기사들이 많은데, 중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비춰볼 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내부의 관점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기사들을 많이 써줬으면 한다.

방준성  국제 기사들이 대체로 이슈에 대한 정리가 잘 돼 있고 그래픽도 충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우리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이 많이 반영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제 기사들을 읽다 보니, 예전엔 정치 지도자들이 한마디 하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하는 게 중요했는데, 요즘은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나 환경 관련 결정 하나하나에 세상이 막 흔들리는 것 같더라.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뭘 해야 하는지, 새로운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등을 잘 정리해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간 이어지는 이슈의 경우 다르게 접근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2년간의 전쟁을 지도로 표현하거나, 첨단기술이 활용되는 전쟁의 달라진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제정임  한겨레가 전반적으로 국제 이슈들을 맥락을 짚어서 잘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 한겨레가 독자적으로 직접 취재한 내용이 너무 적다는 거다. 국제 보도의 성격상 주요 외신 보도를 인용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외신을 직접 보거나 듣는 독자들도 많아졌다. 외신을 종합 정리해 전달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물론 전쟁터로 직접 가서 취재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줌이나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서도 취재가 가능한 시대다. 전쟁에 대해 분석이나 전망을 하는 기사를 쓸 때 현지 전문가 등을 접촉해 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한겨레 기자가 현지 전문가나 주민에게 직접 들은 얘기를 기사에 써주면 외신 인용 보도하고는 분명히 차별성을 갖게 될 것이다. 전쟁 보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국제 기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기사에 조금이라도 넣으려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아울러 국제 보도에서도 기사 내용의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관행이 만들어질 필요도 있다고 본다.

길윤형  독자적인 취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해선 그렇게 해볼 여지가 없지는 않았는데, 하루하루 일에 치이다 보니 그런 시도를 못했다. 어렵더라도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외신에 대한 검증은 어떻게 하는지 물으셨는데, 정치 지도자의 연설이나 인터뷰 등은 인터넷 사이트나 에스엔에스(SNS) 등을 뒤져서 최대한 원문을 살펴본 뒤 기사를 쓰고 있다. 외신은 공신력 높은 언론 서너곳의 보도를 교차 확인한 뒤 인용하고 있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냈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지난번 회의 때 ‘한겨레가 진영논리에 빠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진영 자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는데, 11월 보도를 보니까 진보 진영의 대표지다운 기사들이 1면에 많이 눈에 띄더라.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해달라는 당부를 다시 한번 드린다.” 심창식 위원

▪ “행정망 먹통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관리하는 41종의 재난에 전산망 오류로 인한 행정망 마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을 한겨레가 보도했다. 거기서 한발 더 나가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고 외국은 어떤지 등을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종진 위원

▪ “교육면에 ‘금성 엄마의 화성 아들 키우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이런 문제가 항상 성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은 아닐 텐데, 왜 이런 기사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들 이런 식으로 성별을 구도화하는 건 성차별적인 기사인 것 같다.” 이윤소 위원

▪ “사설이나 칼럼에서는 다양한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입을 위한 선거제 개혁을 자주 언급하는데, 정작 소수정당들의 지향점이나 정책을 소개하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빅 10 은행 지점장에 여성이 없다’는 기사는 직관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성차별 문제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이예진 위원

▪ “한겨레가 최근 앱 개편을 한 뒤 보기가 좋아진 것 같다. 방향성은 잘 잡은 것 같으니, 좀 더 개선해서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으면 한다.” 이준형 위원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11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4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의료인 부족 완도 르포’ 기사였다.

1. 완도엔 일요일 여는 소아과 단 1곳…이분 은퇴하면 아이들은

사회정책부 천호성 기자

한줄평: “현장 취재를 통해 의료 취약 지역의 문제를 세심하게 들여다본 기사” “필수의료 분야 의사 증원 필요성 설득력 있게 제시”

2. 가자지구에서 비극이 벌어진 진짜 이유

프로덕트서비스부 하어영 기자

한줄평: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모아 알기 쉽게 전달”

3. 토요판 커버스토리 ‘소금이 오는 길’

토요판부 이문영 기자

한줄평: “염전 강제노동의 착취 구조와 기업들의 책임을 잘 짚은 기사”

4. 의원님 100% 출석률의 비밀은 ‘출튀’

전국부 박수혁 기자

한줄평: “지방의회 출석률 집계의 허점, 제도 보완으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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