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국힘, 방통위·방심위원장 찍어내기…시민단체 “언론 장악 시도”

등록 2022-09-21 07:00수정 2022-09-21 08:44

국힘, 정연주 위원장 고발…“TBS·MBC 봐주기 심의”
시민단체 “심의기구 중립성 훼손하는 직접적 탄압”
국민의힘 윤두현(왼쪽부터)·박성중·홍석준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에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두현(왼쪽부터)·박성중·홍석준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에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정연주 위원장에 대해서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달 초에는 일부 방송 시사·보도프로그램에 대해 방심위가 ‘봐주기 심의’를 했다는 이유로 정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언론·시민단체는 방송·미디어기구 수장에 대한 여당의 잇따른 사퇴 공세를 ‘언론 장악’ 시도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지난 7일 정연주 위원장 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9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방심위가 <문화방송>(MBC)과 <티비에스>(TBS)의 ‘편향적 보도’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고,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여당의 논리다.

먼저 여당은 2020년 4월1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가 단독으로 내보낸 ‘“최경환 측 신라젠에 65억 투자 전해 들어”’ 보도의 경우 법원에서 ‘허위사실’로 인정됐는데도 방심위가 이 보도에 대한 심의·의결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화방송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전언을 바탕으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에 거액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최 전 부총리 쪽에서는 이를 허위 보도로 규정하며 문화방송 기자를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했다. 재판에서는 문화방송 기자들이 이겼다. 다만 재판부는 보도가 관계자 전언에만 의존한 탓에 ‘진실한 사실이라고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여당은 방심위가 티비에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의 왜곡·과장된 발언에 대해서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의 재판과 관련해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두차례에 걸쳐 방송에서 ‘표창장 (위조) 하나로 징역 4년’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지난해 발언에 대해서는 심의규정 위반으로 권고를 받았는데, 1월28일 (같은 내용의) 발언에 대해선 방심위가 심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심위 등에서는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문제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기구 및 제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한다고 반박한다.

예컨대 국민의힘은 피고발인들이 1월2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방송된 김어준씨의 발언에 대한 심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하는데, 해당 안건은 선거방송에 해당하는 만큼 20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12차 회의(3월4일)에 상정돼 권고로 결정된 바 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240일 전에 구성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심의기구다. 법적으로도 방심위와는 별개의 독립기구로 분류된다. 여당은 선거방송심의위 사안을 두고 방심위 위원들이 직무를 거부했다고 고발했다는 뜻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의 신라젠 투자 의혹을 다룬 문화방송 보도에 대해 방심위가 심의·의결을 보류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당시 의결 보류 결정은 방심위 전체회의가 아닌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내린 것이다. 방송심의소위는 방송 심의를 전담하며 5명의 방심위원으로 꾸려진다. 정연주 위원장은 소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방심위가 누리집에 공개한 2020년 6월17일 21차 방송심의소위 회의록을 보면, 당시 소위에서는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를 확인한 뒤 심의를 진행하자는 데 위원 전원(5명)이 동의했다. 특히 현 여당에서 추천한 전광삼·박상수 위원도 ‘명예훼손으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가 나온 뒤라야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의결 보류 의견을 냈다.

민간 독립기구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방심위의 방송 심의 행위를 두고 여당이 위원장 등을 형사 고발하는 일까지 빚어지자 언론·시민단체에서는 ‘비상식적 행위’라는 비판이 인다. 특히 방심위 안팎에서는 심의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집권 여당이 ‘심의 부실’ 등을 이유로 방심위 관계자를 고발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심의 결과에 대해 당사자가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내는 일은 더러 있었지만, 그 밖의 개인이나 정당이 심의 행위에 대해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의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은 어디까지나 상식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국민의힘 등 일부 정당은 그동안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일부 시사·보도프로그램과 관련해 방심위에 무더기 심의, 묻지마 심의, 표적 심의를 쏟아내는 등 방송 심의제도를 악용해왔다”며 “방심위원장 등에 대한 형사 고발은 방송 심의기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한층 훼손하는 직접적인 탄압이자 압박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1.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홍장원·곽종근이 탄핵 공작? 윤석열의 ‘망상 광대극’ [논썰] 2.

홍장원·곽종근이 탄핵 공작? 윤석열의 ‘망상 광대극’ [논썰]

헌재, 마은혁 불임명 권한쟁의·윤석열 탄핵 등 나흘 연속 변론 3.

헌재, 마은혁 불임명 권한쟁의·윤석열 탄핵 등 나흘 연속 변론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4.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5.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