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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합시다, 쌀 아낍시다…공익광고도 짠내 나던 그때 그 시절 [역사 속 오늘]

등록 2022-12-05 15:05수정 2022-12-05 16:45

공익광고 변천사로 본 우리 사회 이슈
41년 전인 1981년 12월5일, 한국 최초의 TV 공익광고가 방영됐다. 공익광고는 인간 존중 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공공 이익을 위한 캠페인 성격을 가진다. 경제, 도덕, 환경, 국가행사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면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 권력의 정당성과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공익광고들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40여 년을 지나온 공익광고 내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별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① 1981년~1985년

저축 장려

1981년 12월5일 오후 4시 40분, 한국방송(KBS)을 통해 방영된 한국방송광고공사 공익광고협의회의 최초 공익광고는 <저축으로 풍요로운 내일을>편이다. 광고를 보면 아빠와 엄마, 아이로 구성된 세 명의 가족이 등장하고 “아빠와 엄마는 저축으로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저축이 장려되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의 발판이 되어 줄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1970~80년대 들어서는 저축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초고속 성장의 기초가 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국민들에게도 절약과 저축의 생활화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였는데 ‘1호 공익광고’에서도 이런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식량 절약, 혼식 권장

1982년 방영된 공익광고 <1석 4조>에서는 식량 절약을 권장한다. “물방울이 모여서 시냇물을 이루죠. 절약하는 쌀 한 톨이 식량 자급 이룩하죠”라는 전용 로고송을 만들어 국민들이 따라 부르게끔 유도한 게 특징이다. 이처럼 혼식의 이점을 주장하는 공익광고 방영과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의 강제적인 방법도 다수 동원되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혼식 여부를 확인하는 도시락 단속도 이뤄졌다. 식당에서는 쌀 음식 판매가 제한되었고, 쌀을 이용한 술 제조 또한 금지되었다.

② 1986년~1990년

안보의식 통한 국민단합

1980년대 전반기 이후 공익광고 주제는 더욱 다양해진다. 경제성장을 비롯해 국민화합과 민족 주체성, 안보의식 등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에도 안보는 빠질 수 없는 단골이었다. 통일과 안보 이데올로기를 주제 삼아 반공의식을 고취하기 위함이었다. 1986년에 방영된 공익광고 <간첩신고>를 보면 기차역에서 노부모와 아들로 보이는 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별의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꼭 끌어안는다. 이때 아들이 기차에 올라타자 “북에서 밀파된 대남공작원. 그들은 혈육의 정마저 져버립니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아시안게임 개최 관련 자료화면이 연이어 나온다. 바로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은 “아시안게임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단합하고 힘쓸 때, 그들은 지금도 방해공작을 서슴지 않습니다”이다. ‘안보의식을 통한 국민단합’과 ‘아시안게임 개최 성공’을 연결한 점이 흥미롭다.

과소비추방

1989년부터는 마약과 과소비, 학원폭력 등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가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당시 70여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과소비추방의 날’이 선포되고 ‘과소비 추방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989년 12월에 방영된 공익광고 <풍선>에서도 이런 내용을 엿볼 수 있다. 팔찌, 시계, 안경까지 모두 금으로 치장한 남·여가 각각 등장해 있는 힘껏 풍선을 불어댄다. 풍선 속에는 고급 자동차와 보석 등 사치품의 장면이 연이어 그려지고, 이에 따라 풍선의 크기도 점점 커진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풍선은 터지게 되고, 이 충격으로 인해 쓰고 있던 안경도 날아가 버린다. 안경알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 나는 모습은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

③ 1991년~1995년

부정부패추방

1993년 3월에 방영된 공익광고 <부정부패추방>은 제목 그대로 ‘부정부패를 추방하자’는 내용이다. 부정부패는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로 인식됐다. 그만큼 반부패 운동은 어느 정부에서든지 꾸준히 전개되었다. 광고 내용을 보면 비가 내려 물방울이 맺힌 싱그러운 나뭇잎과 거리를 걷는 국민의 모습이 교차한다. 이어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장면이 바뀌며 어두운 곳에서 수갑을 차고 얼굴을 가린 사람들을 보여준다. 내레이션으로는 “한 방울의 더러운 물이 전체를 흐린다”거나, “남만 탓하고 있을 수 없다” 등이 나오며 “모두 함께” 부정부패 추방에 앞장 서줄 것을 강조한다. 실제 1993년 3월에는 부정부패 추방운동본부가 출범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④ 1996년∼2000년

경제살리기

1997년 말 발생한 IMF 외환위기 이후 공익광고는 경제살리기의 주제가 전체 제작 편수의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1998년 4월께 방영된 <의자>도 이 같은 외환위기 극복 내용을 담고 있다. 광고는 세 개의 다리만 있는 의자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그러다 이 세 개의 다리에서 조금씩 잘린 나무가 하나의 다리로 완성되어 다시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의자로 일어서는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경제 파탄의 직접 책임이 국민에게는 없지만, 물가나 실업 사태 등으로 어느 가정이든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난국 타개를 위해 국민들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출산장려 운동

공익광고에서 ‘가족계획’은 그 내용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주제이다. 1986년 <한 자녀 가족>과 1988년 <한 자녀 시대> 등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1980년대에는 ‘둘도 많다’며 ‘한 명만 낳자’고 외치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90년대를 거치며 2000년에 들어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저출산 장려 덕분인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국가 단위에서 출산을 다시 늘리려는 운동이 펼쳐졌다.

⑤ 2010년~2020년

스마트폰 중독 경고

2010년대에는 1990년대의 약물(마약)중독과 물질중독의 주제를 넘어서는 ‘행위중독’ 개념이 등장했다. 바로 ‘스마트폰 중독’이다. 2013년 공익광고제 대상 수상작인 <묵념>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도, 학교 체육 시간에도, 심지어 결혼식장에서도 스마트폰만 바라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묵념’으로 표현했다. 광고는 ‘고개를 드는 순간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순간이 있다’는 걸 강조한다.

보이스피싱·스미싱 예방

흔히 ‘보이스피싱’이라 말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또한 2010년대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이슈 가운데 하나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당황하게 한 다음에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등의 수법을 쓰는 사기범죄이다. 정부와 언론, 사법당국에서 예방 및 대응 캠페인을 시작해 범죄 예방을 홍보하고 있다. 2015년 방영된 공익광고 <의심이 안심입니다>에서는 “ㅇㅇㅇ님의 통장이 범죄에 사용되어...” “취업을 축하드립니다~” 등 실제 보이스피싱·스미싱 범인들의 목소리와 범죄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높였다.

참고 문헌

<한국 공익광고의 현황, 문제점 및 과제> 정병섭

사진

공익광고협의회 각 공익광고 화면 갈무리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크리에이티브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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