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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나는 신이다’ 범죄 묘사 논란…넷플 다큐 ‘고발 수위’ 어디까지

등록 2023-03-12 07:00수정 2023-03-13 02:49

사실 보도에는 원칙 있다.…‘OTT 저널리즘’ 논의 솔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화제를 모은 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저널리즘 측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실제로 벌어졌던 성폭력이나 살인, 살인청부 사건 등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오티티 다큐의 연출 방식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일부 미디어 전문가는 넷플릭스 등 오티티 다큐가 ‘사실 보도’의 영역에 들어서는 이상, 저널리즘의 원칙을 따를 수 있도록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 시리즈는 총 8부작으로 기독교복음선교회(JMS·제이엠에스) 총재 정명석씨를 비롯해 자신을 신이라 칭한 사이비 종교 교주 4명의 범죄 행각과 그 피해 양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 시리즈 공개 직후, 일반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정씨 등 사이비 종교 교주들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이 다시 일었다. 그러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6일 대검찰청에서 제이엠에스 총재 정씨의 공판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오티티 콘텐츠인 ‘나는 신이다’가 의제 설정을 통해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반면 이 시리즈 1~3편에서는 정씨의 엽기적 성범죄 행태를 다루고 있는데,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 묘사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시리즈는 정씨의 실체를 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의 실제 음성이 담긴 녹취록과 피해자의 증언·영상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록 ‘나는 신이다’ 시리즈가 유료 이용자 대상의 ‘19금’(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이지만, 지상파 방송사 등 대다수 언론이 지양하는 ‘범죄 수법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피해 사실에 대한 전시’까지 허용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9일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나는 신이다’ 시리즈의 일부 장면의 경우, 그렇게까지 반복적이고 충격적으로 성범죄를 묘사해서 사건의 본질보다 다른 측면이 부각되거나 선정적 콘텐츠로 악용되게 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비정상적 종교 집단 고발이라는 제작 의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피해자의 인권 문제나 (19금 콘텐츠라 하더라도) 아동·청소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고민은 필요했다”고 짚었다.

&lt;타이거 킹&gt;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타이거 킹>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lt;타이거 킹&gt;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타이거 킹>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사실 넷플릭스가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넘어 다큐멘터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이미 꽤 많다. 2020년에 처음 공개된 <타이거 킹>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넷플릭스 다큐다. 국내엔 <타이거 킹: 무법지대>(7부작)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이 다큐는 미국 오클라호마의 사설 동물원에서 호랑이와 사자로 돈을 버는 인물과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국내 이용자에게 익숙한 콘텐츠로는 2021년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이하 ‘레인코트 킬러’)와 2022년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가 대표적인 ‘범죄 실화 다큐멘터리’다. 두 다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각각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과 엔(n)번방 사건으로 알려진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삼았다.

대개 탐사보도 형식을 차용하는 넷플릭스의 시사교양 다큐는 주로 엽기적이거나 잔혹한 범죄 고발을 통해 일반인의 기억 속에서 잊힌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긍정적 기능을 일부 수행하는 한편, 범죄 행위에 대한 자극적 묘사와 극단적·일방적 주장 전달 등 지나친 상업주의의 문제도 함께 드러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앞서 소개한 <타이거 킹> 시리즈도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 동시에, 자극적 묘사와 인신공격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방식의 연출로 잡음을 빚은 바 있다. ‘레인코트 킬러’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 없이 유영철의 범행 수법과 참혹했던 범행 현장 사진 등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자주 나타났다.

&lt;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gt;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lt;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gt;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의 한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등 오티티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범죄 실화 다큐멘터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건 피해자·관련자의 피해구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당장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언론사가 아니기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똑같은 지상파 방송사 프로듀서가 소속사 아카이브를 활용해 제작한 다큐라 하더라도 오티티에서 공개하면 방송법에 따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오티티 콘텐츠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온라인비디오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와 몇몇 미디어 전문가는 오티티 산업 진흥을 위해 ‘최소 규제’의 원칙은 유지하더라도, 오티티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생기는 피해구제 및 심의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해법을 찾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정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더불어민주당)은 “오티티 진흥을 위한 법·제도적 틀을 모색하는 것과 별도로, 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있는 콘텐츠 등에 대해서는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심의규정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오티티 콘텐츠에 대한 사업자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사후 규제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 내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 사업자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콘텐츠를 평가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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