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 한국방송 제공
보수 성향 ‘한국방송(KBS) 노동조합’은 “경영진이 교체되면 수신료 분리징수를 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정부와 여당이 계속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권이 티브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공영방송 길들이기’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야당과 언론단체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오전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방송 노조의 주장을 소개하며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국민께 물은 이유는 정책적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현 케이비에스 경영진을 교체하겠다, 잘라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정부에서 보내온 해법이라고 언급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실 관계자일 가능성도 있다”며 “누가 케이비에스 노조와 거래성 발언을 한 것인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금 즉시 조사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방송 노조는 지난 5일 성명에서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케이비에스 수신료 분리징수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를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을 계속해서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 경영진이 교체되면 굳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할 필요는 없다”는 문장을 큰따옴표로 인용한 뒤 “이게 저들이 달라는 명분이고 우리가 저들에게 줄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성명 내용이 논란이 되자 한국방송 노조 쪽에서는 해당 문장이 “여러 가지 상황과 입장을 종합한 논리”라고 해명했다. 여권 특정 인사한테 직접 전해들은 말은 아니지만, 수신료 분리징수 카드를 꺼내든 여권의 태도와 속내를 들여다 볼 때 자신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은 다양한 방식과 수단으로 김의철 사장과 남영진 이사장 등 한국방송 이사진의 퇴진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지난해 6월부터 일부 보수 언론단체가 김 사장과 한국방송 이사진에 대해 청구한 감사원 감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당시 이들 단체는 김 사장에 대해서는 경력 기자 특별채용과 사옥 신축 계획 중단에 따른 재산상 피해 발생 등을, 이사진에 대해서는 김 사장 임명제청 당시 이사회 내부규칙 위반 등을 청구 사유에 포함시켰다.
이런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난해 12월12일 한국방송 노조 등 각 공영방송 보수 성향 노조가 주축이 된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MBC)의 이사진 구성을 거론하며 “케이비에스 7대4, 여당 7 하나도 못 먹고 있다. 엠비시 6대3, (여당 몫) 하나도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전 정부에서 여권 추천을 받아 임명된 이사들이 나가지 않고 있어서 공영방송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어서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9일 국민제안 누리집을 통해 티브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국민 의견을 받아보겠다고 나선 건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는 곧바로 정부와 여당이 티브이 수신료라는 공적 재원마저 공영방송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언론노조 케이비에스본부는 “수신료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이 장악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에 따른 최소한의 장치”라며 “언론노조 케이비에스본부는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제안’을 공영방송 독립성을 흔들려는 정권의 탄압이자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저해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싸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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