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이 지난 3월22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오는 23일 한 위원장의 소명을 듣는 인사혁신처의 청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제청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한 위원장은 자리를 잃는다. 다만 한 위원장은 면직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취소 소송과 함께 면직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만약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한 위원장은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위원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위원장의 공식 임기는 7월31일까지다.
한 위원장 면직 논란의 핵심 쟁점은 ‘기소를 근거로 정무직 공무원을 면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 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처음 언론에 알려진 것은 지난 4일이다. 한 위원장이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를 낮게 수정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지난 2일 불구속 기소된 직후였다. 이어 인사혁신처는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처분 관련 청문 절차가 개시됐다는 내용의 등기를 방통위에 보냈다.
인사혁신처가 방통위에 보낸 해당 등기 내용 등을 종합하면, 정부는 면직 처분의 사유로 한 위원장이 검찰에 형사 기소됐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8조를 보면 ‘이 법 또는 그밖의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방통위 상임위원에 대한 면직이 가능한 만큼, ‘그밖의 법률’ 곧 국가공무원법 63조가 규정한 ‘품위 유지의 의무’ 및 ‘성실 의무’(56조), ‘친절·공정의 의무’ 위반을 적용해 면직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면직 처분 사유와 관련해 한 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 일부(평가 점수 조작 사실 은폐 등)와 함께 “(한 위원장이) 기소가 된 상태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전반에 대한 업무를 할 수 없는 폐업 상태에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야당과 언론·시민단체 등은 정부와 여당이 ‘한 위원장 찍어내기’를 위해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본다. 1심 판결도 아닌 기소 사실만으로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상의 의무 위반을 적용해 정무직 공무원을 면직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 고민정 의원은 1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방통위원장은 국가공무원법 70조 직권면직이나 73조 직위해제의 적용 대상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인만큼, 이 법에 따른 면직 추진은 절차적으로 부당하다”며 “검찰도 한 위원장을 기소할 때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수정을 지시했다는 혐의는 포함하지도 못하는 등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마땅히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기소만을 근거로 면직을 강행한다면 위헌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도 16일 개인 입장문을 내고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법 등을 근거로 면직을 추진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방통위법에 따라 설치된 독립된 합의제 기구인 만큼 방통위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통위법 6조 5항에서는 방통위원장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 위원장은 23일 인사혁신처 청문 절차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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