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감사원 본 감사가 시작된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방문진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제공
감사원이 <문화방송>(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본 감사를 10일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엠비시(MBC) 장악’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부당한 감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1월23일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보수 성향 언론단체가 ‘방문진의 MBC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의혹’을 제기하며 총 9개 항목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한 데서 비롯했다. 이후 감사원은 지난 2월22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어 일부 사안에 대한 감사 실시를 결정한 바 있다. 감사 항목은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원 손실 관련자 문책 방치’와 ‘유엠에프(UMF·울트라뮤직페스티벌) 수익금 지급 지연 등으로 투자손실 재발 우려’ 등이다.
감사 실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본 감사원과 달리 문화방송 노사는 이번 감사가 방문진이 아닌, 문화방송을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감사원이 본 감사에 앞서 벌인 자료수집 목적의 사전조사 과정에서 문화방송에 직접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 등이 그 근거다. 이에 문화방송과 방문진은 감사원이 법적 근거가 없는 국민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원에 효력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감사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도 함께 냈다. 집행정지 신청은 지난달 기각됐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이날 “앞서 감사원은 감사 실시 결정 이후, 자료 수집을 명목으로 방문진은 물론 MBC에 대해서도 감사 대상 사안과 전혀 상관없는 경영 관련 온갖 내부 자료를 요구해왔다”며 “우리는 이번 감사가 ‘MBC 장악’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부당하고 위법한 감사라고 보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방송장악의 첨병 역할을 멈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 감사와 별도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3일부터 5일간 벌일 예정이었던 방문진 실지 검사·감독의 진행은 중단됐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6일 문화방송 관리·감독 실태 등 방문진 사무 전반을 대상으로 검사·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야당 쪽 김현 상임위원의 반대에 부딪혀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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