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한국방송(KBS)사장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의철 〈한국방송〉(KBS) 사장이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해 “내외부에서 지적받고 있는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고쳐나가겠다”면서도 “분리 징수는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분리 징수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점을 근거로 지역방송과 재난방송, 장애인방송 등 공익적 프로그램의 축소 및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사장은 12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어 “케이비에스(KBS)가 상업방송사들이 하기 어려운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국민들께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최근 사장으로서 케이비에스 구성원들에게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며 “케이비에스가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우리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사회적 혼란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시행령 개정으로 수신료가 분리 징수 되더라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며 “이처럼 수신료 분리 고지가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케이비에스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케이비에스가 지역방송, 재난방송, 장애인방송, 국제방송, 비인기 스포츠 방송 같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해야 할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 약 2천억원 이상을 징수 비용으로 낭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국민께 돌려드릴 공익적 프로그램의 축소 및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의 권고를 선택적으로 이행하지 마시고, 진정으로 공영방송 제도가 적절히 운영되어 국민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고,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책무와 그에 걸맞은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논의 절차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한국방송은 이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한 방송의 자유(헌법 21조)와 직업수행의 자유(헌법 15조)를 침해한다는 점 등을 들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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