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방송3사 뉴스 분석
이병순 사장 취임뒤 비판 축소·누락-홍보는 부풀려
심층·분석력 약화…공방위 등 내부감시도 구실못해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한국방송> 뉴스가 정부에 불리한 뉴스는 축소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정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달 6일부터 26일까지 방송 3사 저녁 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 한국방송은 모두 27꼭지에서 비판을 받아 <에스비에스> 16꼭지, <문화방송> 10꼭지보다 훨씬 많았다. 좋은 뉴스로 평가받은 보도도 4꼭지에 그쳐, 문화방송 11꼭지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 누락 정부에 불리한 기사의 누락 사례가 많았다. 지난 17일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날이다. 문화방송은 이날 여야 모두 정부를 비판했다고 보도했고, 에스비에스도 야당의 질책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이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또 같은 날 대통령 사위에 대한 검찰 내사와 관련해 문화방송은 검찰의 압수수색과 대통령 사위인 조현범씨 연루 의혹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고, 에스비에스도 ‘주가조작 의혹 압수수색’ 뉴스에서 조씨 연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방송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이밖에 ‘조계사 촛불시민 회칼테러 사건’도 지상파 3사 가운데 한국방송만 유일하게 전하지 않았다. 반면에 문화방송은 단신 처리한 ‘대통령과의 대화’ 예고 기사를 한국방송은 8~9일 이틀동안 세꼭지나 내보냈다. ■ 소극적 비판 과거와 견줘 비판의 칼날도 무뎌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설립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대해 이날 에스비에스는 “부유층만의 학교”, 문화방송은 “귀족학교”라고 각각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이런 문제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의 보완 노력만 언급했다. 또 수능과목 축소 문제, 수도권 규제완화 조처, 기업 매각을 통한 외자유치 등도 비판적 태도를 보인 다른 방송사 보도와 달리 정부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특히 얼마 전만해도 한국방송이 자랑하던 심층기획 뉴스는 눈에 띄게 줄었다. 민언련이 7월과 9월 한국방송의 심층 시리즈 보도를 분석한 결과 7월에는 비케이(BK)21, 고유가 에너지 위기, 개헌 문제 등 3건에 달했으나 9월에는 ‘치매’가 유일했다. 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은 “핵심 사안에 대한 심층성과 분석력이 과거에 견줘 많이 떨어졌다”며 “특히 경제나 교육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비판적 태도를 버리고 양쪽 입장을 단순 나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대영 한국방송 보도총괄팀장은 “심층성이 떨어지고 비판적 보도가 줄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자들에게 비판적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한 적도, 비판적인 뉴스를 뺀 적도 없다”고 말했다. ■ 내부 감시장치는? 한국방송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도본부장과 기자협회장 등이 참석하는 보도위원회, 노-사 합의로 여는 공정방송위원회 등이 있지만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의 한 기자는 “최근 9시 뉴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회사 안팎에서 듣고 있다”며 “그러나 노조 공방위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고, 기자협회도 사실상 동력을 상실해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심층·분석력 약화…공방위 등 내부감시도 구실못해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한국방송> 뉴스가 정부에 불리한 뉴스는 축소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정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달 6일부터 26일까지 방송 3사 저녁 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 한국방송은 모두 27꼭지에서 비판을 받아 <에스비에스> 16꼭지, <문화방송> 10꼭지보다 훨씬 많았다. 좋은 뉴스로 평가받은 보도도 4꼭지에 그쳐, 문화방송 11꼭지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 누락 정부에 불리한 기사의 누락 사례가 많았다. 지난 17일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날이다. 문화방송은 이날 여야 모두 정부를 비판했다고 보도했고, 에스비에스도 야당의 질책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이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또 같은 날 대통령 사위에 대한 검찰 내사와 관련해 문화방송은 검찰의 압수수색과 대통령 사위인 조현범씨 연루 의혹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고, 에스비에스도 ‘주가조작 의혹 압수수색’ 뉴스에서 조씨 연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방송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이밖에 ‘조계사 촛불시민 회칼테러 사건’도 지상파 3사 가운데 한국방송만 유일하게 전하지 않았다. 반면에 문화방송은 단신 처리한 ‘대통령과의 대화’ 예고 기사를 한국방송은 8~9일 이틀동안 세꼭지나 내보냈다. ■ 소극적 비판 과거와 견줘 비판의 칼날도 무뎌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설립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대해 이날 에스비에스는 “부유층만의 학교”, 문화방송은 “귀족학교”라고 각각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이런 문제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의 보완 노력만 언급했다. 또 수능과목 축소 문제, 수도권 규제완화 조처, 기업 매각을 통한 외자유치 등도 비판적 태도를 보인 다른 방송사 보도와 달리 정부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특히 얼마 전만해도 한국방송이 자랑하던 심층기획 뉴스는 눈에 띄게 줄었다. 민언련이 7월과 9월 한국방송의 심층 시리즈 보도를 분석한 결과 7월에는 비케이(BK)21, 고유가 에너지 위기, 개헌 문제 등 3건에 달했으나 9월에는 ‘치매’가 유일했다. 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은 “핵심 사안에 대한 심층성과 분석력이 과거에 견줘 많이 떨어졌다”며 “특히 경제나 교육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비판적 태도를 버리고 양쪽 입장을 단순 나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대영 한국방송 보도총괄팀장은 “심층성이 떨어지고 비판적 보도가 줄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자들에게 비판적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한 적도, 비판적인 뉴스를 뺀 적도 없다”고 말했다. ■ 내부 감시장치는? 한국방송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도본부장과 기자협회장 등이 참석하는 보도위원회, 노-사 합의로 여는 공정방송위원회 등이 있지만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의 한 기자는 “최근 9시 뉴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회사 안팎에서 듣고 있다”며 “그러나 노조 공방위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고, 기자협회도 사실상 동력을 상실해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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