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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KBS ‘미네르바 죽이기’…MBC ‘귀 기울여야’

등록 2008-11-19 16:37수정 2008-11-20 09:33

KBS ‘시사투나잇’ 후속으로 지난 17일 ‘시사360’이 첫 방송된 가운데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항의글이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쇄도하고 있다.
KBS ‘시사투나잇’ 후속으로 지난 17일 ‘시사360’이 첫 방송된 가운데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항의글이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 ‘시사 360’엔 뭇매, 뉴스데스크엔 ‘갈채’
미네르바,‘내년 3월 이전 최악 상황 온다’ 경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 일로다.

 17일 첫 방송을 한 KBS ‘생방송 시사360’이 미네르바를 ‘어두운 지하실의 실루엣’ 등으로 보도해 호된 신고식을 치루고 있는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 는 18일 클로징 멘트에서 ‘미네르바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맞다’ 고 발언해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논란은 ‘시사360’이 ‘미네르바 신드롬, 왜?’ 코너에서 “(그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예고, 물가 상승 및 환율 폭등을 경고하는 활약상을 보였다”면서도 “(미네르바가 주장한) 한국은행과 IMF 달러 스왑 체결 예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정부쪽 관계자의 말을 주요하게 보도하면서부터 불거졌다.

방송은 또 미네르바를 어둠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연상케 하는 화면, 미네르바의 글을 읽는 성우의 과장된 음성, 미네르바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터뷰를 주요하게 보도해 마치 미네르바를 ‘경제 괴담 유포자’ 수준으로 깎아내렸다.

  방송 직후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부정적으로 표현했다”는 비판글이 쇄도했다. 19일 오후까지 2천여개의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11월18일 <인터넷한겨레> ‘180도 우편향으로 사회를 조명한다?’ 기사 참조) 미네르바도 18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FRB 스왑을 말한 적은 있어도 IMF 스왑을 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아고리언들도 수백개의 댓글을 통해 ‘시사360’의 편향성을 성토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당시 ‘시사360’ 인터뷰에 응했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방송 내용에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18일 ‘시사360’ 시청자 게시판에 ‘미네르바님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신을 덜 칭찬해서 1초라도 더 화면에 비쳤다면 오히려 덜 편파적이 됐을지 모르겠다”며 “아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해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터뷰에서) 미네르바가 예측을 잘 맞힌 것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터뷰 배경에 대해 “사실 (미네르바를 만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인터뷰에 응했다”며 “당신은 제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 교수도 19일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미네르바 신드롬의 본질인 ‘발언의 자유’를 제치고 그의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 채점하는 식의 방송을 한 것은 잘못”며 ‘시사360’의 왜곡보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시사360’ 서현철 책임프로듀서는 18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금요일 업무가 시작됐고, 주말 회의와 월요일 당일에 본격적인 취재를 하면서 여러가지 미숙했던 점은 인정하고 겸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미네르바’의 경우 절대적인 시간 부족으로 인해 연출이 미숙했다. 시청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피디의 사과와 달리, KBS 차원에서 정정보도 등의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쳐.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쳐.
  반면, 신경민·박혜진 앵커가 진행하는 MBC ‘뉴스데스크’는 18일 미네르바에 우호적인 클로징 멘트로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았다. “요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다. 찬반 논란이 있고 월간지에 기고가 실리고 비난 방송까지 나왔다.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라며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인다”고 정부와 KBS에 쓴소리를 날렸다.  

MBC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앵커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KBS가 관영방송으로 전락한 마당에 MBC라도 언론의 의무와 역할을 다 해달라는 주문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MBC뉴스 항상 신뢰하고 있었지만 정말 멋지다. 제 남편이 증권가에 몸 담고 있어 미네르바님의 글은 봄부터 보여줘서 알고 있었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요즈음이었는데, 정말 통쾌했다. 감사하다.” (NANI0213)

 “오랫만에 MBC다운 멘트, 감동이다. 정녕 침묵 속으로 묻어갈 것인가 했는데 오늘 진정한 언론으로써 사명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힘내라!” (FAITH02)

 “박수갈채를 보낸다. 사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눈과 귀와 입이 모두 닫혀져 버린 이 정권에서 유일한 진실의 창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MBC 화이팅이다.” (KSH5420)

 이처럼 미네르바를 둘러싼 관심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절필을 선언했던 그가 최근 <신동아> 12월호 기고를 통해 내년 3월 이전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경고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 대응 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며 “주가는 500선까지 떨어질 것이고 집값은 반토막 난다”고 전망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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