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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일본 신·방겸영 폐해…‘앵무새 언론’ 양산”

등록 2009-07-13 14:36수정 2009-07-13 14:36

일 언론학자 아사노 교수
일 언론학자 아사노 교수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땐 강자만 살아남아
여론 다양성 사라지고 권력 비판은 힘들어져
한국정부 ‘언론 독점’ 속셈…법 통과 막아야”




여권 방송개편 이래서 안된다 ①

언론관계법 처리를 놓고 또다시 여야가 맞서고 있다. 지난해 말과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한나라당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진출 허용을 뼈대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6월 국회 처리를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문의 지상파·보도전문채널 진입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안을 제시하면서 여당의 일방처리 저지를 공언하고 있다. 언론법 최대 쟁점인 신·방 겸영의 확대가 불러올 문제점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는다.

일 언론학자 아사노 교수

“한국에서 이런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일본처럼 된다. 한국도 일본처럼 정권교체가 어려워지고 민주주의도 20~30년 뒤로 후퇴할 것이다.”

언론인 출신의 일본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아사노 겐이치(60) 도시샤대학 교수는 한국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 확대를 뼈대로 한 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본 모델을 따르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정부·여당은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통해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일본만 봐도 <아사히신문>과 <티브이아사히>, <요미우리신문>과 <닛폰텔레비전> 등이 서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 <티브이아사히>만 봐도 <아사히신문> 기자가 나와서 떠든다. 다양성이 전혀 없다. 방송사 사장도 계열 신문사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28개의 <티브이아사히> 계열사 중 20개사 정도가 <아사히신문> 출신이다. 신문과 방송의 경영 통합도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언론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권력 비판이 어렵게 된다.”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신문의 방송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터무니없는 규제가 있었다면 완화해야 하지만, 좋은 규제라면 없앨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신자유주의적인 규제 완화로는 강한 것밖에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경우 강한 것만이 살아남아서는 곤란하다. 일본 맥주산업조차 ‘기린’이나 ‘아사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산토리’ 같은 작은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독점을 규제하지 않는가. 신문이 텔레비전에 진출할 이유는 전혀 없다.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맥주회사를 겸영할 이유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한국 정부·여당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목적은 분명히 언론의 독점화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여론의 다양성을 없애 정부에 까탈스러운 신문사와 텔레비전 방송사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모델이 좋다고 하는 것은 식민지 근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여당이 방송사 진출의 규제는 없애는 게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국식 시장원리주의에 근거한다. 그런데 시장원리주의는 전부 파탄되지 않았느냐.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지엠이 국유화된 상황이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건전한, 공정한 시스템이 필요한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모두 부숴버렸다.”

-일본은 현재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다나카 가쿠에이(전 총리)가 1957년 우정상에 취임하면서 신문사에 방송사 설립을 인가했다. 그렇게 하면 신문사가 정부에 대들지 못하지 않는가. 지방 방송사까지 다 신문사에 주었다. 그게 다나카 가쿠에이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 언론사 사장을 모두 자기편으로 만든 것이다.”

-일본의 방송계 상황은 어떠한가?

“일본 방송은 무엇을 가지고 경쟁할지 저널리즘 정신 같은 것이 결여돼 있다. 차 면허도 없는 사람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게 일본의 언론 상황이다. 일본의 텔레비전은 병이 든 상태이다. 일본 현대사회의 병폐이다. 단순하고 감정적이다. 언론이라는 게 냉정하게 미래와 역사를 통찰하고 국민이 알아야 할 중대 정보를 전달하며, 권력을 감시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 임무 아닌가. 그런데 전부 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의 정부·여당은 미국 등 선진국 대부분이 교차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영국도 금지하고 있다. 루퍼트 머독 개인이 방송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지, 그가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가 방송사를 겸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예는 세계에 다른 사례가 없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2003년도 신문·방송의 교차 소유를 인정하는 결정을 했으나 의회에서 거부된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국회도 이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에서 법률이 통과된다면 위험하다. 역사의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명박 정부가 여러 가지 잘못을 했지만,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 국민에게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아사노 교수는

<교도통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특파원 출신인 아사노 겐이치 교수는 1994년부터 도시샤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야스쿠니 참배에서 참전으로 극우화하는 일본과 언론> 등 20여권의 단독 저서를 펴냈다. 이 가운데 일본 언론의 범죄보도 관행을 비판한 <범죄보도의 범죄>는 20만권 이상이 팔렸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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