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보고서 폭로한 취재팀=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새노조 ‘리셋 케이비에스 뉴스9’ 취재팀 송명훈(왼쪽부터), 김경래 기자 등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 과정 등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MB정부 전방위사찰 핵폭풍
‘방송사 임원교체’ 보고서 보니
충성도로 띄운 낙하산…‘방송장악’ 치밀했다
‘방송사 임원교체’ 보고서 보니
충성도로 띄운 낙하산…‘방송장악’ 치밀했다
친정부 인사로 이사회 교체되기 전후에 작성
‘BH하명’ 적시…청와대 깊숙히 개입한 정황
KBS 새노조 “내용 섬뜩…불법적 방송개입”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한국방송>(KBS) <와이티엔>(YTN) 사찰 보고서는 현 정부가 방송장악을 위해 휘두른 ‘낙하산 인사’의 속살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증언에 더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방송사 인사에 적극 개입했음을 방증하는 사찰 문건이 나온 것이다. 2009년 9월3일 작성된 ‘와이티엔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을 보면, “(배석규) 직무대행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줄 필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또 당시 배 대행의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와이티엔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고 적었다. 같은해 8월4일 사장 직무대행이 된 배석규씨는 취임 다음날 실·국장들에게 보직 사퇴서를 일괄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닷새 뒤에는 ‘돌발영상’ 담당 기자를 발령냈다. 이런 조처를 높이 평가하고 빨리 대행 꼬리표를 떼주자는 게 문건의 요지다. 실제 배 대행은 이 문건 작성 한달 뒤인 10월9일 전격적으로 열린 이사회에서 정식 사장으로 선임됐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 임명과 대주주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개입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정황”이라고 말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9년 8월25일 작성한 다른 문건을 보면, 1팀 사건 진행상황 리스트의 ‘케이비에스, 와이티엔, 엠비시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항목 옆 비고란에 ‘비에치(BH) 하명’이란 글귀가 적혀 있다. ‘비에치’는 청와대를 일컫는다. 이 문건이 청와대 지시로 작성돼 보고됐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방송사 이사회와 주주들의 고유 권한인 경영진 선출에 청와대가 적극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만하다.
보고서 작성 한달 전쯤인 7월31일엔 문화방송 사장 선임권을 지닌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다수가 정권 입맛에 맞는 이들로 교체됐다. 당시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우룡씨는 8월27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경영진이 알아서 물러나면 좋지 않겠냐”며 엄기영 당시 사장을 압박했다. 엄 전 사장은 결국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2010년 2월 중도사퇴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3월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은 내가 거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며 사실상 대통령의 사장 ‘낙점’을 실토했다.
같은해 8월26일에는 사장 후보 선정 권한이 있는 한국방송 이사들이 친정권 인사 위주로 교체됐다. 당시 이사장으로 뽑힌 손병두씨는 9월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사장 임기 만료 전 적절한 인물을 찾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당시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의 교체를 시사했다. 사찰 보고서가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 중도퇴진과, 한국방송 이병순 사장을 교체하고 김인규씨가 새 사장으로 선임되는 결정과 관련되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밖에 날짜가 명시되지 않은 ‘한국방송 최근 동향 보고’라는 사찰 문건을 보면, 엠비 선거참모를 지낸 김인규 사장을 비롯해, 공영방송의 친정부 인사도 감시 대상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이 문건에는 김 사장과 그의 최측근의 언행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김 사장이 기자들에게 ‘케이비에스가 친정부 방송해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소신을 너무 쉽게 발설”한다거나, “케이비에스 통합을 위해 (김 사장) 측근들의 언행 조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대목 등에선 현 정부가 공영방송에 개입한 정도가 꽤 깊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김현석 한국방송 새노조 위원장은 “사찰문건 내용이 섬뜩할 정도로 맞아떨어진다”며 “친정권 내부 인사들의 적극적인 교감과 불법적인 정권의 공영방송 개입이 드러나는 증거”라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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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하명’ 적시…청와대 깊숙히 개입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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