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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오보 피해자 “내가 얼굴공개 당해보니...”

등록 2012-09-10 15:39수정 2012-09-10 19:16

조선일보 9월 1일자 53판 1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의 얼굴이라며 사진을 공개했으나 다른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 9월 1일자 53판 1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의 얼굴이라며 사진을 공개했으나 다른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다.
“얼굴 공개 찬성했었는데, 당해보니 안되겠어”
선정적 보도 비판 “조선일보, 언론구실 잘 못해”
ㅈ(21)씨는 지난 5일 낮, 알이 없는 검정색 뿔테안경으로 퉁퉁 부어오른 눈을 가리고 서울 광진구의 한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ㅈ씨는 <조선일보>가 나주 어린이 성폭행 피의자 고아무개(23)씨라며 자신의 사진을 1면에 실어 피해를 당한 당사자다.

 ㅈ씨는 이날 아침 7시가 다 되어서야 잠 들었다고 했다.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 “요즘은 하루 종일 제 정신 못차리고 기사 확인하고 댓글 읽으면서 시간을 다 보내요.” 오보 사건 이후 ㅈ씨의 생활은 만신창이가 됐다.

 “(사진이 공개된 날) 친구가 전화로 알려줬는데 처음에는 ‘왜 이런 뉴스가 뜨지. 장난치나’ 생각했는데 진짜 제가 성폭행범이 돼있는 거예요. 한동안 멍했어요.”  

 ㅈ씨는 3년째 한국방송 개그맨 공개채용 시험을 준비중인 개그맨 지망생이다. 몇몇 케이블 티브이 프로그램에 출연도 했다. ㅈ씨는 무명 개그맨들과 서울에서 생활고를 견디며 자취하고 있다. “김병만처럼 되는 게 제 꿈이예요. 끝없이 노력하는 게 멋있어요. 그런데 이번 일 겪으면서 이미지에 타격 입을까 걱정이 많이 돼요.” ㅈ씨는 한숨을 쉬었다.

 ㅈ씨는 자신의 얼굴이 공개된 지난 1일 곧바로 서울 광진경찰서 지능팀을 찾아가 <조선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ㅈ씨는 “경찰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더라”며 황당해 했다. ㅈ씨는 “‘이게 왜 명예훼손이 아니냐’고 따졌는데 경찰은 대충대충 대답했다. 그래서 나도 화가 나서 ‘이런 식으로 피해자를 대하니까 일이 커진다’고 화를 내고 경찰서를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ㅈ씨는 몇몇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준비중이다. 그는 “나와 고씨 얼굴이 전혀 닮지도 않았는데 조선일보는 ‘주민들에게서 고○○이랑 닮았다’는 얘기를 듣고 기사를 썼다고 하더라. 얼굴 확인해 준 주민들을 확인해달라고 하면 될 일이다”고 말했다.

 ㅈ씨는 “조선일보가 사진을 잘못낸 것을 알면서도 바로 사과하지 않은 것에 부모님이 화가 많이 나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날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엄마 내가 기사에 났다’고 말하니까 어머니는 내가 개그맨으로 기사난 것으로 기대하셨어요. 나중에 성폭행범으로 사진이 보도된 걸 보고 충격 받으셨어요. 지금 하루에 한끼밖에 못드시는 것 같아요.” ㅈ씨는 조만간 조선일보 쪽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을 생각이다.

 ㅈ씨는 오보사건의 피해자가 된 뒤 “‘피의자 얼굴 공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원래는 찬성했는데 당해보니 안되겠더라고요. 피의자가 잡혔기에 망정이지 안잡혔으면 저는 지금 연락끊고 산골짜기에 들어갔을 거예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태도와 인권무시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기자는 스피커처럼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말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조선일보는 그 구실을 잘 못한 거예요.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에요. 이번 기회에 언론이 다같이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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