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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연합뉴스는 왜 육두문자를 들었냐고요?

등록 2014-05-02 20:13수정 2014-05-03 18:19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여론미디어팀 김효실입니다. ‘여론미디어팀’은 미디어 정책·비평을 다루는 곳입니다. 언론이 언론을 취재해요. 덕분에, 취재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너네나 잘해!”입니다. <한겨레>도 완벽할 순 없기에 마음이 좀 쑤시지만, “너도 나도 같이 잘하자고~”란 답으로 멘탈을 보호하며 다른 언론사 사람들을 괴롭히곤 합니다.

여기서도 다른 언론 얘기를 하려고요. 최근 인터넷매체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생방송 중 <연합뉴스> 기자를 욕한 사건이 있었죠. 세월호 사고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 보도가 왜곡됐다는 건데요. 이상호 기자는 사과했고, 연합뉴스의 법적 대응설까지 불거졌다가 사실이 아닌 걸로 마무리됐죠.

그런데 왜 하필 연합뉴스였을까요? 욕먹은 기사는 정부가 당일 공식 발표한 내용이라 다른 언론들도 함께 보도했거든요. ‘수색 총력전’ ‘필사의 수색’ 같은 다른 언론의 헤드라인을 봐도,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란 연합뉴스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왜곡 보도여도 굳이 연합뉴스를 찍을 이유는 없어 보여요.

‘연합뉴스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음모론을 품고 이상호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연합뉴스여서 더 울컥한 것 같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 연합뉴스가 정부 발표를 받아쓰듯, 대다수 언론이 연합뉴스를 받아쓰는 관행을 알아서죠.(‘정부 받아쓰기’는 많은 언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언론의 언론을 노린(?) 것으로 ‘사후’ 해석했습니다.

연합뉴스가 그리 대단하냐고요? 아무리 공개 콘텐츠라지만 연합뉴스를 받아쓰는 건 불법 아니냐고요? 연합뉴스는 통신사입니다. 어렸을 땐 통신사는 ○○텔레콤 같은 이동통신사만 있는 줄 알았는데, 뉴스통신사도 있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혼자서 다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국제 뉴스 공급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언론은 사실에 기반한 정보가 많을수록 넓고 깊은 안목으로 질 좋은 기사를 만들 수 있겠죠. 연합뉴스 누리집의 ‘상품소개’ 난을 보면 국문·영문·사진·그래픽·외신 등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한겨레도 신문·방송 등 200여개에 이르는 연합뉴스의 고객사 중 하나입니다.

기자 출신의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하늘의 태양과 지상의 에이피(AP·미국 통신사)야말로 온 세상을 비추는 양대 세력”이라 했대요. 통신사가 태양처럼 일하려면 얼마나 커야 할까요. 연합뉴스는 지역(서울 제외) 13개 취재본부 140여명을 포함해 취재기자만 580여명에 이르는 큰 조직입니다. 2011년 기준 10대 신문사의 기자 포함 전체 직원 수는 평균 460여명에 불과해요.

연합뉴스는 또 <뉴시스> <뉴스1> 같은 민영통신사와 달리, 법에서 정한 ‘국가 기간 통신사’입니다. 정부는 연 300억여원을 지원해요. 그래서 연합뉴스의 주요 과제는 보도 부문에서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2012년 무려 5개 언론이 파업을 하던 때에 연합뉴스 기자들도 23년 만에 103일간 파업을 했습니다. 공정보도 보장을 위한 싸움이었죠. 지금 국민들이 세월호 보도에서 연합뉴스에 바라는 것이기도 하네요.

그런데 연합뉴스의 해당 기사는 ‘오보’일까요? 오보는 객관적·주관적 오보로 나뉩니다. 날짜·이름이 틀리면 객관적 오보입니다. 주관적 오보는 사실(팩트)의 ‘의미’를 평가절상·절하하거나 생략해 왜곡한 경우예요. 해당 기사는 지난달 24일 정부 발표를 보도한 속보들을 묶어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정부는 구조대원 700여명이 동원됐다고 했지만, 이날 밤 정부 당국자들은 가족들의 추궁 앞에서 ‘실제 물에 들어간’ 인력이 훨씬 적었다고 했죠. 정부 발표라는 ‘사실’은 담았지만, ‘진실’은 아닌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사고 첫날부터 끔찍한 ‘희망고문’에 시달려온 가족들의 분노·불신도 키웠죠.

하지만 연합뉴스가 받아쓰기식 기사만 쓴 건 아닙니다. 세월호 사고 관련으로 지난달 16일부터 2일 오후 2시 현재까지 3300여건 보도했네요. 이 중엔 발표도 있고 현장르포도 있고 고발도 있습니다. 잘못한 기사는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연합뉴스가 세월호 사고의 ‘총체적 진실’을 향해 움직이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실종자를 모두 찾으면 선체 인양이 시작되겠죠. 배가 커서 어려운 작업이 될 거라고요. 그런데 어째서 그 많은 생명이 사그라졌어야 했는지,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인양하는 데는 도대체 얼마나 걸릴지 풋내기 기자인 저로서는 감이 오지 않아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언론을 구조해줄 주체는 정부일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쭈욱 언론을 감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효실 여론미디어팀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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