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립남도국악원 누리집
‘팽목항서 15분’ 국립남도국악원
가족에게 내주려다 공무원 사용
국악원 “실종자 가족 신청 없어서…”
가족에게 내주려다 공무원 사용
국악원 “실종자 가족 신청 없어서…”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애초 세월호 실종자 가족 숙소로 쓰일 예정이던 공공시설을 자신들의 숙소로 사용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공무원 신분이 아닌 <한국방송>(KBS) 취재진까지 일주일 넘게 공짜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도 국립남도국악원 관계자는 9일 “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전남도청, 해양수산부, 교육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한국방송 직원들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국악원이 보유한 숙박시설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악원 소속인 남도국악원에는 147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식 숙박시설 2개 동이 있다. 현재 1개 동은 수리중이어서 96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한 동만 사용이 가능하다.
애초 남도국악원 쪽은 지난달 19일 지역기관장 대책회의에서 이 숙박시설을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내놓겠다고 제안했다. 남도국악원 관계자는 “기관장 회의 뒤 원장이 이런 의사를 진도군 쪽에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은 단 1명도 이곳을 사용하지 못했다. 대신 진도로 내려온 정부부처 관계자 등이 이곳을 무료로 사용했다. 한국방송 취재진은 6인실 2개를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사용했다. 남도국악원은 “숙박시설은 무료로 제공했다”고 했다.
남도국악원은 팽목항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진도체육관에서 20일 넘게 머물고 있다.
논란이 되자 남도국악원은 해명자료를 내어 “애초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 업무 관련자 등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진도군청이 확인한 결과, 실종자 가족들은 신속한 정보 공유를 위해 함께 있기를 희망해 우리 시설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숙소를 구하지 못한 공무원과 언론이 사용을 신청해 제공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이들에게만 제공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가족들이 현장에 머무르기를 선호해 굳이 남도국악원 숙소에 대해 홍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남도국악원 숙박시설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있다. 남도국악원은 지금이라도 실종자 가족들이 숙소 이용을 희망할 경우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진도/이재욱 기자 uk@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