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애도 시 연속 기고
다시라기
김준태
던져라 꽃
던져라 술 던져라 밥
서녘바다 저 바다에 퍼렇다 떼죽음 당한 시간
퍼어렇다 떼죽음 당한 파도
떼죽음 당한 불두화 향기 떼죽음 당한 싯다르타
떼죽음 당한 사람의 아들
떼죽음 당한 하늘과 땅 한 마리 새가 죽으면
밤하늘 별들도 눈을 감고
한 송이 백합꽃이 꺾이면
세상의 모든 꽃들도 시들고 떼죽음 당한
사랑과 사랑의 실체
316명의 심장, 영혼들아
밥을 뿌리면 밥에 붙어서
술을 뿌리면 술에 붙어서
꽃을 뿌리면 꽃에 붙어서 바닷길 닦으면 오라
황천길 닦으면 촛불 밝혀
오라 강강술래로 오거라
둥근 달 앞세우고 우리 새끼들 일으켜 세우세
이승에서 죽으면 저승에서 살리고
저승에서 죽으면 이승에서 살리고 보내세
젊은 청춘들 좋은 세상으로!
배 가득히 법고 운판 목어 실어서
둥둥 북 울려 보내세 두둥실 멀리! 오메 그리하여 우흐흐─
누가 칼을 들어
불을 들어온다! 온다! 온다! 오고 있네!
이 땅의 우리가 저들을 버렸으므로
또다시 저들을 바다에 밀어 넣을지 몰라 *다시라기: 죽은 넋들이 가는 저승길을 닦아주는 제의(祭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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