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학생 전원구조 아니다 4차례 알렸지만 무시”

등록 2014-05-13 17:05수정 2014-05-14 09:39

대국민 사죄문 낸 지역MBC 기자들
“서울 본부서 보도 반영 안해” 주장
KBS 기자협회는 제작거부 의사
전국 18개 <문화방송>(MBC) 계열사 소속 기자들이 13일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 본부의 문화방송기자회 소속 기자 121명이 전날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란 제목의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전국엠비시기자회’는 13일 성명을 내어 “세월호와 관련한 최악의 오보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나온 ‘학생 전원 구조’일 것”이라며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 그리고 국민에게 엠비시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 기자회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18개 문화방송 지역계열사 소속 기자 3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사고 당일 언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한 목포엠비시 기자들이 서울 엠비시 전국부에 ‘선내에 갇혀 있는 인원이 최소 2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네차례 알렸으나, 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전원 구조 오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심병철 전국엠비시기자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자괴감 등을 성명에 담으려 했다”며 “각 지회장이 모두 동의한 내용으로 300여명 회원 전체의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KBS) 기자협회도 제작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길환영 사장 퇴진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케이비에스 기자협회는 전날 밤 긴급 총회를 열어 길 사장 및 보도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앞서 케이비에스 기자협회는 2012년 3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의 파업에 맞춰 95일 동안 제작을 거부한 바 있다.

조일수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최근 벌어진 사건들은 정치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며 “길 사장은 침묵하지 말고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국회에선 세월호 보도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해 파행을 빚었다. 야당 의원들은 길 사장 등 한국방송 간부진의 출석을 요청했으나 이들 역시 나오지 않았다. 미방위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당 차원에서 길 사장의 사퇴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정국 김효실 이승준 기자 jglee@hani.co.kr

<최악의 오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어제도(5월 12일) MBC의 존경하는 선배이자 자랑인 손석희씨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친정 MBC를 떠나 새 둥지를 튼 JTBC 뉴스9를 보았습니다.

 

JTBC는 어제도 머리기사로 세월호 참사 소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바다로부터 보내온 다섯 번째 편지라는 기사가 첫 기사였습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준민 군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되었는데 박 군의 휴대전화가 복원되면서 박 군이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어머니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들이 알려져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박 군이 수학여행 경비 때문에 걱정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문자 메시지와 수학여행 떠나기 전날 어머니가 사준 옷을 미리 입어보고 웃으며 찍은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어른들의 탐욕과 이기심 탓에 인생의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비참한 죽음을 맞은 박 군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언론이 정확한 보도를 했더라면 박 군이 살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같은 기자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죄스러웠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최악의 오보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스팟뉴스로 뜬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기사일 것입니다. 이 오보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이게 했고 전 국민으로부터 언론이 지탄의 대상이 되게 하는 첫 전주곡이었습니다. MBC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MBC의 오보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MBC의 오보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기사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오보’이기 때문입니다.

 

목포MBC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4월 16일) 오전 11시쯤 언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했습니다. 어선을 빌려 타고 간 취재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6,800톤급 대형 여객선이 뱃머리만 남긴 채 잠겨 있었고 해경 경비정과 헬기, 어선들은 잠긴 선체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할 뿐 손을 전혀 쓰지 못했습니다. 잠수요원들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기자들은 현장 지휘를 맡고 있던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 전화를 통해 취재를 했고, 구조자는 160여 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다른 언론사에서는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합니다. 취재기자들은 구조자 숫자가 중복 집계 됐을 것으로 보고 데스크를 통해 서울 MBC 전국부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MBC는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중앙재난대책본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MBC는 왜 취재기자들의 말을 믿지 않고 ‘받아쓰기 방송’이 된 것일까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해경이 최초 구조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목포MBC기자들이 처음으로 알고 비판보도를 하려고 했을 때 전국부는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가 며칠 뒤 다른 방송사가 먼저 보도하는 바람에 낙종을 했습니다. 타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죽기만큼이나 싫어하며 특종에 목을 매는 기자들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단을 한 것일까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오보’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의 중심에는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 온 전국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전국부의 수장은 며칠 전 더욱 큰 사고를 치고 맙니다. 그는 지난주(5월 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기사를 통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 이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원인인 것처럼 따져 물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유족들에게 위로는커녕 민간 잠수사 죽음의 원인 제공자인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를 쓴 것입니다.

 

MBC기자회는 어제 (5월 12일) 성명을 내고 이 기사를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로 ‘보도 참사’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MBC기자에게 있다며 가슴을 치며 머리를 숙인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런데도 문제의 당사자는 오히려 떳떳하고 당당하기만 합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어제(12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기자회의 사과 성명에 대해 문제의 전국부장이 후배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 가담이든 단순 가담이든 나중에 확인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MBC 뉴스의 또 다른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 18개 MBC 계열사 기자인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MBC의 작금의 행태에 대해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런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일들은 오롯이 전국부장이라는 보직자 개인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보도국 수뇌부 전체의 양식과 판단기준에 심각한 오류와 결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MBC 기자회의 주장에도 공감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이런 ‘보도 참사’들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MBC는 절대 국민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 언론인이 자신의 사명을 잊고 왜곡된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직업윤리를 넘어 역사의 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의 어두웠던 시절?언론인들이 보여줬던 눈뜨고 볼 수 없었던 기회주의와 보신주의의 행보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전국MBC기자회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 그리고 국민에게 MBC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지만 MBC를 둘러싼 환경이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부끄럽게 합니다. 지켜질지 불투명한 약속은 또 다른 기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사죄합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가 있는 희생자들이시여 우리들을 절대 용서하지 마소서!

전국MBC기자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