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MBC 세월호 보도, 그 자체가 참사…징계 각오하고 비판”

등록 2014-05-15 21:47수정 2014-05-16 17:24

문화방송 노조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월24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안광한 신임 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화방송 노조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월24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안광한 신임 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국민 사죄 성명’ 기자들 고군분투
<문화방송>(MBC) 구성원들이 최근 잇달아 세월호 보도 관련 성명을 내놨다. 문화방송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자·피디 9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명이 밝혀지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익명으로 전한다.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것도 쉽지 않았어요.”

문화방송의 한 중견 기자는 문화방송 기자 121명이 지난 12일 내놓은 ‘대국민 사죄’ 성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밖에선 <한국방송>(KBS) 기자들의 반성에 뒤쫓아간 것에 불과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정도도 큰 일이라고 했다.

이번 성명은 박상후 전국부장이 7일 <엠비시 뉴스데스크>에서 민간 잠수부의 죽음이 마치 유족들의 ‘조급증’ 탓에 벌어진 일처럼 다룬 게 계기가 됐다. 그동안 세월호 보도에 대해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던 것이다. 한두 기자가 게시판에 실명 비판을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 성명서가 만들어졌다. 중견급 기자는 “전세계 어느 언론사가 대형 재난의 피해자 가족들을 비난하고 훈계하는 보도를 했는가. ‘보도 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말 처참했다”고 말했다.

징계를 각오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질 때쯤, 아마도 월드컵 때쯤이 되겠죠. 이번 성명과 관련해 회사 쪽의 징계가 이뤄질 겁니다. 모두들 각오를 하고 있어요.” 실제 사쪽은 14일 파업 전력이 있는 14, 15년차 기자 둘을 서울 밖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세월호 보도 비판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전시성 보복인사’라는 말이 사내에 돌았다.

‘잠수부 죽음’ 뉴스데스크 보도때
마치 유족들 조급증 탓인양 다뤄
“내부서 보도 참사라는 말까지…”

2년전 파업 뒤 수십명 해고·정직
안광한 사장·이진숙 보도본부장 등
편파보도 주역들은 이후 승승장구

“표적징계 난무 ‘공포정치’ 펼쳐져”
구성원들 ‘국민 응원’ 간절히 요청

2012년 장기 파업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성명서 한 장 내는 데 ‘징계 각오’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기자들은 지금의 문화방송은 ‘표적징계’가 난무하는 “공포정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 회사 안에선 담배를 피울 때도 내 생각을 쉽게 말을 못해요. 언제 어떻게 보도국 밖으로 쫓겨날지 몰라요.”(ㄱ기자) “우리들끼리 <초한지>의 한신이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으면서 후일을 도모했다는 ‘과하지욕’의 고사를 되새겨요.”(ㄴ기자)

박근혜 정부 아래 문화방송은 ‘김재철 시즌2’로 재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광한 사장은 2012년 170일 동안 이어진 파업 당시 부사장이자 인사위원장으로서 무더기 징계에 앞장선 장본인이다. ‘김재철의 입’이라 불린 이진숙 홍보국장은 보도본부장이 됐다.

불공정 보도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중국 정부가 서울시 간첩사건의 증거가 가짜 서류라고 통보했다는 소식은 당일 <한국방송> <에스비에스>에선 보도됐지만, 문화방송 뉴스에서 빠졌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ㄷ기자는 “정치부나 법조 등 주요 출입처에는 친회사 쪽이거나 사내 입지가 취약한 시용·경력 기자들이 대거 배치돼 있다”고 했다.

시사·교양제작국에서도 편향성이 엿보인다. 사고 발생 한달 동안 한국방송은 <추적60분> 2회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세월호 탐사보도를 했지만 문화방송은 사건 초기 두번뿐이었다.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월호 심층보도는 재방송 시청률이 본방송보다 높은 8.3%(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바 있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는 등 정부 비판으로 번지면서 제작 지시가 일제히 번복됐다”고 말했다. 간부들은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시 번복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최근 회사 쪽은 기자·피디들을 더욱 구석으로 몰고 있다. 파업 대체 인력으로 시용 기자·피디 20여명과 경력직 기자 30여명을 뽑았음에도 현재 데스크급 기자들을 새로 뽑고 있다. ㄷ기자는 “바른 목소리 내는 기자들이 찍혀서 징계 먹고 외곽으로 돌면, 친경영진 기자들이 자리를 잡는 발판이 된다. 제 목소리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허리급 경력 채용은 능력있는 인재를 개방적으로 채용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2년 장기파업 이후 지금까지 해고 8명, 정직 52명, 대기·교육발령 및 부당전보 96명 등 징계자가 160여명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문화방송의 시청률도 위태롭다. 2012년엔 수도권 기준 연간 시청률(점유율)이 지상파 4개 채널 가운데 최하위인 6.9%(14.2%, 티엔엠에스)를 기록했다. 2013년에 7.5%(16%)로 2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일부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덕분이다. 메인뉴스 시청률은 세월호 사고 직전 3~4%대까지 떨어졌다. 한 드라마국 피디는 “엠비시는 현재 사극과 막장 드라마만 하는 분위기”라며 “뉴스 정상화 없이 앞뒤로 막장 드라마만 붙여서 시청률을 올려보려는 한심한 전략뿐”이라고 했다.

15일 해고 695일째를 맞은 최승호 피디는 페이스북에 “엠비시는 국민의 재산이고 아직 그 안에 있는 방송인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고자 한다”며 국민의 성원을 청했다. 한 기자는 “성명 발표를 알리는 기사 아래 ‘어차피 기대도 없었다’는 댓글을 봤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국민 성원을 요청하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효실 남지은 기자 tran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