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방송·통신사 등 언론의 신입 기자 채용이 한창입니다. 100대 1에 달하는 경쟁률과 수월찮은 시험 때문에 ‘언론 고시’로도 불리는데요, 주요 언론사 공채는 대개 비슷합니다. 서류→필기→실기→면접을 거쳐요.
과한 ‘스펙’ 요구, 나이·성·학력 차별 등 공채의 공정성·합리성에 대한 비판의 화살은 언론도 비켜갈 수 없습니다. 2006년 <조선일보>는 서울대에 ‘특채’를 제안해 지탄을 받았고요, <한겨레>는 서류 전형에서 토익, <한국방송>(KBS)의 한국어능력시험 점수 등을 요구해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방송>은 지난해 면접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거냐’는 질문을 해, “법에 보장된 노동권 침해”란 지적이 일었죠. 다른 곳들을 감시·비판하는 언론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타당한 문제제기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대졸 뒤 신입 공채로 입사하는 이들이 경력 공채보다 더 많은 편이죠. 미국은 다릅니다. 언론대학원(저널리즘 스쿨)에서 몇 년 동안 실무 중심으로 훈련 받은 학생들이 대학·지역언론에서 경험을 쌓고 유력 매체로 옮기는 경우가 많답니다.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를 한 밥 우드워드의 <워싱턴포스트> 입사 과정이 유명합니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해군 정보장교 복무를 마친 뒤 기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스펙’보다 ‘기자 경험’을 중시한 회사 정책에 의해 채용될 수 없었습니다. 2주 동안의 인턴 기회를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했다고 합니다. 그는 다른 지역언론에서 기자 일을 시작했고, 거기서 경력을 쌓아 워싱턴포스트 입성에 성공합니다. 우리 언론사들도 비슷한 인식 아래, 인턴제나 경력 공채를 조금씩 늘려왔죠.
디지털 시대의 도래도, 채용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실기에 스마트 기기 사용을 허락하는 언론사들이 생겼고요(저도 몇 년전 시험을 보면서 아이패드를 유용하게 썼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속한 한경미디어그룹에선 2011년 ‘기자 채용 서바이벌-나는 기자다’란 형식으로, 다른 ‘스펙’을 보지 않고 기자·동영상 작성 결과물만으로 온라인에서 세 차례 경연을 치르도록 했습니다. 독자들이 직접 온라인 투표로 공채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었죠.
‘뉴스’나 ‘기자’의 의미 자체도 흔들려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반한 뉴스 매체인 <위키트리>가 지난달 발표한 채용 공고가 재미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가운데 ‘강한 드립력과 유머 감각을 갖춘 사람’을 꼽았어요. 기자를 ‘스토리텔러’로 지칭하기도 했고요.
온라인에 기반한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 미디어협동조합 <국민티브이>, 인터넷방송 <팩트티브이> 등 이른바 대안매체도 공채를 합니다. ‘진짜’ 언론을 꿈꾸는 곳들이라 ‘진짜’ 기자에 목이 마르답니다. 이들의 공채는 언론관과 기자윤리를 ‘대놓고’ 강조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채용 공고에 지원 자격으로 ‘언론윤리규정(직업윤리규정)을 준수하는 사람’을 명시했습니다. 필기에선 1974년 언론운동의 횃불로 타올랐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나눠주고, ‘다음 글을 읽고 대한민국의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라’는 논술 문제를 냈습니다. 국민티브이도 7월 공채 서류 전형에서 ‘기성 언론의 문제점은?’이란 물음에 답하도록 했습니다.
‘뉴스인 듯, 뉴스 아닌 듯’한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자체 콘텐츠 생산을 위해 ‘스타 기자’를 영입하거나 누리꾼들을 ‘시민 기자’처럼 활용하는 포털들도 새로운 언론 공채의 주체로 포함시켜야 할까요? ‘정론’을 지향한다는 기존 언론사들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각 미디어의 ‘미래 전략’이 채용 방식에도 서서히 적용될 것입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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