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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타이타닉호 그리고 세월호

등록 2015-04-01 20:16수정 2015-04-10 09:04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 한겨레 자료사진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 한겨레 자료사진
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다시 4월이다. 1912년 4월14일,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사진)가 암초에 부딪쳐 가라앉았다. 타이타닉호에서 보낸 조난 신호를 받은 10여척의 배들이 구조를 위해 달려왔고, 당시 93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항해 중이던 카파티아호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고 1시간 30분이 지난 후에 도착한 카파티아호는 약 4시간30분 동안 생존자들을 구했다. 1514명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어갔지만 20대의 구명보트에 나누어 타고 있던 710명이 구조됐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충돌한 시각은 14일 밤 11시40분, 바다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은 시각은 15일 오전 2시30분이었다. 타이타닉호의 조난사고는 15일 오전 1시20분부터 무선을 통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혔다는 무선이 타전된 후,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문의와 메시지들이 주파수를 가득 채웠고, 그 혼란과 소음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타이타닉호의 모든 승객 안전; 선박은 핼리팩스로 예인 중’.

주요 신문들은 그 메시지를 복제 게재했다. 오보였다. 메시지가 오보였다는 것을 알게 된 <더 타임스>와 <뉴욕타임스>의 편집장들은 그 잔인무도한 허위조작에 대한 책임을 아마추어 방송인 탓으로 돌렸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라디오법(The Radio Act)’이 통과됐다. 무선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는 아마추어들의 전파 사용시 인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상업방송 및 군의 전파 파장으로 송수신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어찌되었든 무선통신 덕분에 깊은 밤 대서양 한가운데서 일어난 조난 사고를 사람들은 거의 동시간대에 접할 수 있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기록했다. ‘상처입은 괴물의 조난은 대서양 전역에 무선전신으로 울려퍼졌으며, 사방에서 크고작은 선박들이 타이타닉호를 구하려고 서둘러왔다… 우리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으로 침몰의 고뇌에 빠진 거대한 선박을 거의 직접 목격하다시피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더 타임스, 1912.4.16)

2014년 4월16일, 우리도 두려움과 절망과 분노의 감정으로 침몰하는 세월호를 목격했다. ‘목격하다시피’가 아니라 가라앉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아이들을 전원구조했다는 오보, 오보의 원인을 정부 발표에 돌리는 언론도 똑같이 목격했다. 100년 전 아마추어 무선시대에나 일어날 법한 일이 최첨단 미디어 시대에 똑같이 발생했다.

무선통신의 시대, 라디오 시대가 열리던 시기를 평가한 글들을 읽다보면, 당시 발전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경험 공유의 범위’를 확대시켰다는 논의들이 나온다. 타이타닉호 사건은 경험의 공유 범위가 대서양을 걸쳐 확대된 상징적인 사건이었고, 뉴스의 확산 속도 역시 당시로서는 가히 놀랄만한 것이었다. 현재 저널리즘이 만들어낸 동시적 경험, 혹은 경험의 동시성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사는 사회와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고 확산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문제다.

100년 전에나 있을법한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 간다. 경험의 공유 범위가 무한대로 확산되고 경험의 공유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이 시대에 우리들은, 우리의 언론들은 우리가 직접 목격한 그 경험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사람들이 교통사고처럼 여겼더라면 아카데미상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을 비롯 총 11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타이타닉>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세월호 1주기를 맞으며 정부를 포함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유가 아니라 공감인 듯하다. 공유보다 공감이 더 필요한 시대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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