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오른쪽)이 지난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공산주의자라는 과거 발언에 입장 변화가 없느냐?”고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문화방송> 관리·감독기구)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이 강한 발언을 쏟아내 서울변호사회가 고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 이사장이 7일 “언론이 좌편향돼 있는 상황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나의 임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한국방송>(KBS)의 조우석 이사는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고 이사장은 우리 시대의 의인”이라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핵심 가치로 추구해야 할 두 공영방송의 이사진이 강한 이념적 편향성을 보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 이사장은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방문진 이사로 추천받은 것은 언론이 좌편향되어 있는 것을 정상화시키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로서 자신의 구실은 이런 ‘좌편향’을 바로잡는 데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또 그는 “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등 국감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자신의 발언들에 대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방문진 이사 공모를 위한 외부추천서에 “현재 우리 사회는 종북세력과 애국세력 간 미디어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등의 표현이 등장한 데 대해서는 “‘전쟁’ 등 극단적인 표현에는 공감할 수 없지만,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우석 케이비에스 이사는 지난 5일 자신이 객원논설위원을 지냈던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 <미디어펜>에 ‘누가 고영주를 악마화하는가’라는 칼럼을 실어 “그(고영주)는 비난의 독화살을 맞아야 할 분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의인이 맞다”며 “무너지는 대한민국 이념의 방파제를 온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옹호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고 이사장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서는 “사법적 정의를 떠나 이 나라 체제 위기를 넘기느냐 가속화시키느냐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지난 9월 케이비에스 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조 이사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얘기하는 것은 편향적 사고가 아니며, 야당의 사퇴 요구도 정치적 공격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형된 공산주의자”라는 고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고 이사장의 판단은 정확하다. (노 전 대통령은) 인민민주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볼 때 그렇다. 상식이다”라고 답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본인들이 편향된 사고를 갖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정성과 객관성이 핵심인 공영방송의 이사를 맡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언론·시민단체들은 고 이사장 등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정국 최원형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