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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보도통제 넘어 ‘인사개입’까지…일파만파

등록 2016-07-06 22:33수정 2016-07-07 11:22

법정서 ‘보도국장 사퇴 압박’ 진술
“인수위때부터 보도개입” 주장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촉구
기자 18명, 회사 비판 성명서 발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징계무효소송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징계무효소송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때 “기사를 빼달라” 등을 요구한 통화 내용 녹음을 공개한 김시곤 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은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 소송 항소심에서 “청와대가 ‘보도 개입’을 넘어, 그에 응하지 않은 자신을 보도국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가하는 등 ‘인사 개입’까지 했다”는 주장을 폈다. 김 전 국장의 소송은 2014년 5월 당시 보도국장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전 한국방송 사장의 보도 개입을 주장한 데 대해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데 따른 것으로, 1심에선 패소했다.

이날 김 전 국장은 항소심 변론준비기일 출석차 서울고등법원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 전 수석과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론 처음으로 기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법정 출석 전후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그는 “홍보수석 본연의 업무였다”는 청와대 쪽의 주장을 “난센스”라고 비판하고 “통화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지만, 통화 내용과 통화를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 했는지가 ‘포인트’”라며 당시 이 전 수석의 전화가 보도 개입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방송의 역할은 권력의 견제와 감시인데, 과연 그들이 한국방송의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전 국장은 이후 법정에 서서, 보도국장 사퇴 기자회견 당일 “길환영 당시 한국방송 사장이 사표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뜻이라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날 상황에 대해 “14시 기자회견을 35분 남기고 길 전 사장이 나를 호출했다”며 시간까지 소상히 적시했다. 김 전 국장의 이날 주장은 그가 공개한 ‘국장업무 일일기록’(비망록), 이 전 수석과의 두 차례 통화 내용 등과 맞물려 청와대의 보도 개입이라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청와대가 한국방송 사장에게 있는 보도국장 인사권에까지 깊숙이 개입했다는 그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더 큰 파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 전 국장의 최근 일련의 주장은 이미 2년 전 보도국장직 사퇴 기자회견 때부터 암시돼왔다. 2014년 5월8일 밤 10시께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희생자 영정을 들고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사 앞에 모였다. 당시 김 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자, 이에 항의하고 사과를 받기 위해서였다. 길 사장과 김 국장이 유가족들이 요구한 면담에 응하지 않자,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찾아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결국 이튿날인 9일 오후 길환영 전 사장은 유가족들을 찾아가 사과하며 “김 국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전 국장은 이날 오후 한국방송 신관에서 보도국장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통사고’ 발언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길환영 사장은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다”며 길 전 사장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자신의 사퇴가 정치권력의 압력과 연관됐음을 내비치는 돌출 발언을 했다. 애초부터 자신의 보직 사퇴가 보도 개입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난 지금 그의 주장은 물증들과 함께 더욱 구체화된 셈이다.

그는 이날 “(이 전 수석의 전화를) ‘보도 통제’나 ‘보도 개입’으로 받아들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 동료들이 어제(5일) 성명서를 썼는데, 내가 그 기자들을 대표하는 자리(보도국장)에 있었다. 생각은 비슷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한국방송 보도본부 소속 27기 기자들이 5일 “청와대의 보도 개입에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낸 회사 비판 성명에 동조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 1일 언론단체들이 이 전 수석과 김 전 국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뒤로 연일 파문이 일고 있지만, 한국방송은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날 김 전 국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데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방송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지 못한 데에는 저를 포함한 한국방송 구성원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제도적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말해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지금의 제도를 이대로 놔둬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단순히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쟁으로 몰아가지 말고, 근본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개선점을 찾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또 “만약에 청문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되면 출석해서 다 밝히겠다”고도 말했다.

최원형 허재현 기자 circle@hani.co.kr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이 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 소송 항소심을 전후해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주고받은 응답과 법정 안에서 진술한 내용을 정리했다.

■ 법정에 들어가기 전

-외압 논란에 대하여?

“통화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제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통화는 할 수 있다. 통화 내용, 그러니까 뭘 얘기했는지, 통화를 통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이게 일종의 포인트다. 케이비에스는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직접 받는 국민의 방송, 더 나아가서 국민을 위한 방송이다. 따라서 케이비에스의 역할은 권력의 견제와 감시가 매우 중요한데, 과연 그들이 케이비에스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게 핵심 포인트다.”

-청와대에서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라고 반응했는데?

“그건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생각하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케이비에스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이어야 되는데 과연 그런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저를 포함한 케이비에스의 구성원들은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근본적으로 제도적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말해서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지금의 제도를 이대로 놔둬야 하는지 국민들과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걸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쟁으로 몰아가지 말고 근본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개선점을 찾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보도 통제나 보도 개입으로 받아들였다는 말인가?

“저희 회사 동료들이 어제 성명서를 썼는데 제가 그 기자들을 대표하는 자리(보도국 책임자)에 있었다. 생각은 비슷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일각에서는 이정현 수석이 부탁한 거라고 하는데?

“나머진 청문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되면 출석해서 다 밝히겠다.”

■ 법정에서 나온 뒤

“세월호 특조위가 고발하기 전에 언론노조에서 고발해 제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녹음 기록 등은) 다 제출된 자료라서 언젠가는 밖으로 나갈 것이기 때문에 공개 여부를 김주언 전 케이비에스 이사에게 일임하고, 적절한 시기에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아마 세월호 특조위가 마감이 돼서 그때 공개한 듯하다.”

-보도 개입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부터다.”

-1심 패소하고 항소한 건데.

“기다려봐야죠,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청와대 보도 개입을 거부할 생각은?

“내용 보면 아시죠.”

-이명박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 당시엔 보도국장이 아니었다.(실상을 알지 못한다.)”

-부장 아니었나?

“부장들은 잘 알 수가 없죠.”

■ 법정에서

김시곤 쪽 주장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실상 보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개입했던 정황 등에 비춰보면 김시곤 전 국장의 사퇴에도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징계 사유가 된) 기자회견을 연 것은 개인적인 것을 모면하려는 것보다는 방송의 공정을 위한 차원에서 한 것이다. 방송 내부의 인사가 방송의 공정보도를 위해 권력이나 사장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나 개입이 있을 때 그 부분에서 굴종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면 방송의 공정보도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한국방송 쪽 주장 김 전 국장의 발언이 사익적 목적인지 공익적 목적인지가 쟁점이다. 김 전 국장은 ‘비망록’ 이외에는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최근 녹취록을 보면 오히려 길환영 전 사장을 통하지 않고 청와대 쪽과 친밀한 관계에서 서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국장이 길 사장의 부당함에 항거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는지 의문이다. 보도 개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김 전 국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부적절했고 징계사유로 정당하다는 것이 1심의 판단이다.

김시곤 발언 2014년 5월9일 기자회견 35분 남기고 갑자기 길 전 사장이 날 호출해서 기자회견 하지 말라고 했다. 청와대에서 사표를 내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대통령의 뜻이니 거절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전날 세월호 유가족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도록 결정했었는데, 그것을 갑자기 변경하고 내게 사표를 내라고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영선 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케이비에스에 전화를 넣은 결과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직하게 됐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이는 길 전 사장도 내게 실토했고, 박준우 수석까지 자기 입으로 얘기했던 사안이다.


[디스팩트 시즌3#10_이정현 보도 개입, "통상 업무"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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