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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지시’ 당일, KBS 해경 보도 어떻게 달라졌나

등록 2016-07-13 19:10수정 2016-07-14 08:39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본 세월호 보도 토론회
“구조 성과, 소형 어선 수준” 등 강력한 비판에서
해경 창설 역사 설명·애매모한 비판 등으로 대체

13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되돌아 본 세월호 보도 점검 긴급 토론회'에서 사회자인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13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되돌아 본 세월호 보도 점검 긴급 토론회'에서 사회자인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세월호 참사 국면이던 2014년 5월5일 길환영 당시 <한국방송>(KBS) 사장은 보도국 간부들을 소집해 “해양경찰(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근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으로 드러났듯,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두 차례 ‘보도 개입’ 전화를 건 뒤였다. 길 전 사장이 직접 나선 ‘보도 개입’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한국방송 기자협회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길 전 사장이 “해경 비판 자제” 지시를 내린 당일 <뉴스9>는 애초 ‘이슈&뉴스’ 코너에서 해경의 문제점을 대폭 짚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길 전 사장의 지시 뒤에 원고 내용이 크게 바뀌었다. 애초 리포트 원고는 “4월16일 8시52분, 첫 신고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해경은 허둥댔습니다”로 시작해, “배가 침몰할 것 같다는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묻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했습니다”, “해경의 구조 성과는 30~40분 뒤에 가세한 어선 등 소형 선박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1분1초가 절박한 수색 초기, 관할권을 이유로 UDT 등 해군 정예요원의 투입을 막았습니다” 등 당시 해경의 부실한 대응을 직접적으로 짚었다.

그러나 수정을 거쳐 실제로 방송된 원고는, “1953년, 이승만 정부는 일본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 ‘해양경찰대’를 신설합니다” 등 해경 창설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애초 원고에서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준 모습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대목들은 다 사라지고,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덩치는 커졌지만 내부 역량은 따라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등 애매모호한 비판만 남았다.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오후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되돌아 본 세월호 보도 점검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녹취록으로 불거진 ‘보도 개입’ 파문은 세월호 참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전반적으로 되짚어보자는 취지의 토론회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정수영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 공추위 간사와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민실위 간사는, 위의 사례를 포함해 그동안 공영방송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어떤 보도를 해왔는지 정리해 발표했다. 사고 발상 때 내보낸 “전원 구조” 오보를 시작으로,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의 관행, 정부·여당이나 정권에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행태 등은 이미 과거 ‘기레기’ 논란에서 집중적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특조위 흠집내기 몰입…정부여당 조사방해엔 침묵

참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부터는, 세월호 유가족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깎아내리거나 흠집을 내는 보도들이 쏟아져나왔는데, 여기엔 보수언론이나 종합편성채널(종편)뿐 아니라 공영방송들이 적극 가담했다. 두 공영방송은 모두 2014년 9월 ‘김현 전 민주당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 일부가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집중 보도했는데, 김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은 단신으로 전하거나(한국방송), 아예 전하지도 않았다. 2015년 12월에는 두 방송 모두 ‘세월호 특조위가 참사 현장에서 잠수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 비난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정수영 기자는 “특조위가 정부·여당으로부터 갖은 방해에 시달린 사실에 대해선 사실상 침묵하면서 특조위가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은 크게 부각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2015년 12월과 2016년 3월 두 차례 청문회를 열었는데, 1차 청문회 때 한국방송만 짧게 단신으로 다뤘을 뿐, 사실상 두 공영방송 모두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아 비판이 일었다. 문화방송은 세월호 참사 100일 때 지상파 3사 가운데 홀로 ‘정부 경제활성화 방안’을 머릿기사로 내세운 바 있다. 특조위는 최근 첫번째 진상규명 조사보고서에서 ‘화물 과적’ 관련해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의 존재 등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으나, 두 공영방송 모두 이 역시 보도하지 않았다.

문화방송은 지난 4월18일 ‘야당 첫 공조… 세월호법·국정교과서’란 리포트를 내보냈는데, 여기엔 “대선 국면이 본격화할 내년 중반까지 진상규명을 명분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죄겠다는 속내입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호찬 기자는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문화방송의 속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조위 언론팀장 “공영방송 내부사정 들으니 연민 생겨”

토론자로 참여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나쁜 보도’들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런 보도들이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 생겨난 종편 매체 등이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주제를 정치적으로 변질시켰고, 그 중심 논리는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냈다. 만약 공영방송이 제대로 중심을 잡고 보도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를 추적 보도해온 정은주 <한겨레> 기자는 “정치적으로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없는 ‘참사’가 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문제가 되어버렸는지 의문이다. 기자들이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형욱 세월호 특조위 언론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팀장은 “특조위 일을 시작한 뒤로 줄곧 ‘세금 도둑’ 프레임으로 접근한 언론 보도들에 대해 해명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합리적인 해명조차 반영되지 않아 솔직히 언론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는데, 오늘 공영방송의 내부 사정을 들어보니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조위가 이대로 끝나버리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해결되긴커녕 더 커지기만 할 것이다. 언론이 그런 부분들을 좀 더 취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0_이정현 보도 개입, 박근혜 정부 첫해부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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