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세력 부각 등 ‘부당 지시’” 반발하자
대구총국 보도국장 등 특별감사 대상 포함
‘회사 명예훼손 및 이미지 실추’ 이유 들어
새노조 “회사쪽 되레 편성규약 위반” 비판
대구총국 보도국장 등 특별감사 대상 포함
‘회사 명예훼손 및 이미지 실추’ 이유 들어
새노조 “회사쪽 되레 편성규약 위반” 비판
<한국방송>(KBS)이 “성주 사드 반대 집회 보도 과정에 ‘부당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한국방송 전국기자협회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한국방송 회사 쪽이 ‘방송편성규약’으로 보장된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 내부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국방송 회사 쪽은 26일 오전 노준철 한국방송 전국기자협회장을 비롯해 대구방송총국의 보도국장과 취재부장, 전국기자협회 대구 지회장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시작했다. 전국기자협회는 지난 20일 ‘취재 현장 무시한 사드 공안몰이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윗선’에서 현장 기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사드 배치 반대 시위와 관련해 ‘외부세력 개입’ 리포트를 제작하라고 하는 등 ‘부당 지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쪽은 전국기자협회의 성명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국기자협회는 일부 표현상의 오류 때문에 게시판에 올렸던 성명서를 철회했으나, “성명서에 담긴 취지와 팩트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방송쪽은 “정상적인 취재·제작 과정을 ‘보도지침’, ‘윗선의 지시’ 등으로 왜곡한 성명으로 공정성과 정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한국방송 뉴스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감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전국기자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는 편성규약 위반”이며 “감사를 수단 삼아 회사의 부당한 취재·제작 지시를 은폐하고 취재·제작 실무자인 대구 기자들의 당연하고 정당한 반발을 힘으로 누르려는 치졸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국기자협회는 편성규약을 통해 보장된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행동한 것인데, 이를 문제 삼아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되레 회사 쪽의 편성규약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새노조는 “당시 전국기자협회의 요구는 다음날인 21일 한국방송 보도위원회 실무자 대표인 이영섭 기자협회장이 정식 안건에 올려 보도위원회 개최를 요구함에 따라 회사 쪽에 정식으로 전달됐다”며, 전국기자협회의 발언이 편성규약에 따른 행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방송 편성규약을 보면,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제작의 자율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관련 결정에 대해서 알 권리와 시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제6조 5항)는 규정이 있다. 또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제6조 3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창의적인 취재 및 제작 환경을 조성하고, 구체적인 취재 및 제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제5조 2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제5조 4항) 등의 조항들로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지난 16일 한국방송(KBS)은 <뉴스9>에서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달걀·물병 세례를 받은 것을 보도하며 25년 전 정원식 당시 국무총리 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방송 전국기자협회는 이에 대해 “(윗선에서) 그림까지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찍어서’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갈무리
지난 19일 한국방송(KBS) <뉴스9>는 “경찰이 성주 시위에 외부 인사가 개입한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리포트로 내보냈는데, 이에 대해 한국방송 전국기자협회는 “윗선에서 공안몰이를 지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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