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브라이트바트가 만든 인터넷 뉴스 사이트 <브라이트바트닷컴>은 미국 언론계에서 이른바 ‘가짜 뉴스’의 중심으로 꼽힌다.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의 저널리스트 조지 패커는 <미국, 파티는 끝났다>(2013, 글항아리)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고삐가 풀린’ 미국의 현실을 그렸다. 뉴트 깅그리치(전 공화당 하원의장), 오프라 윈프리(방송인) 등 유명 인사들의 삶도 조명하는데, 그 한 토막을 앤드루 브라이트바트(1969~2012)에게 할애했다.
할리우드에서 대본을 배달하는 일을 하던 브라이트바트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때 보수파로서의 정치적 정체성을 다졌고, 1994년께 인터넷이라는 신세계를 알게 됐다. 빌 클린턴의 성추문을 폭로해 인터넷 뉴스의 신화로 떠오른 맷 드러지는 그의 ‘세례 요한’이었다. 드러지는 그를 정치평론가 아리아나 허핑턴에게 소개했다. 그는 8년 동안 이들과 함께 일하며 인터넷과 보수파 운동을 결합하는 새로운 길을 닦았다. 2005년에는 <브라이트바트닷컴>이라는 매체를 만들어 인터넷 뉴스계의 거물로 떠올랐다.
브라이트바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았다. “특종으로 뉴스를 만들어라, 개를 훈련시키듯 미디어에 먹이를 주어라, 한꺼번에 주지 말고 하나씩 터뜨려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계속 공격해라!” 그것은 민주당과 언론이 한 몸이 된 ‘정언복합체’, 특히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주류 매체들을 주적으로 삼은 전쟁이었다. 그의 폭로에 담긴 온갖 혐오의 정서에 맞춰 여론은 춤을 췄다. 과거 조심스럽게 다가갈 대상이었던 ‘진실’의 자리엔 ‘어느 편’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대안적 사실’이 들어앉았다.
저널리즘이라는 고삐가 풀린 미디어는 권력의 하수인이다. 2012년 브라이트바트가 심장마비로 급사한 뒤 극우파 인사 스티브 배넌이 브라이트바트닷컴의 회장이 됐다. 지난해 브라이트바트닷컴은 ‘가짜 뉴스’ 논란을 일으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노릇을 했고, 배넌은 백악관 수석전략가 및 고문이 됐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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