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형사사법 관련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마셜프로젝트의 빌 켈러 편집장이 지난달 12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한겨레신문이 만든 ‘애니멀피플’은 온라인 동물전문매체이다. 동물과 관련한 기사만 빠르게, 또는 깊이 있게 쓴다. 한겨레가 이런 서브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권에 관심 있는 특정 독자에게 맞춤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특정 주제에 집중해 보도하는 매체의 등장이 미국에서는 익숙한 일이다. 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둔 비영리탐사보도 온라인매체 마셜프로젝트는 미국의 형사사법 관련 기사만을 다룬다. 2016년 마셜프로젝트의 기자가 쓴 ‘믿을 수 없는 성폭행 이야기’는 해설보도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성폭행범을 잡기 위한 두 여성 경찰관의 이야기다.
지난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만난 전 뉴욕타임스 편집장이자 현재 이 매체 편집장인 빌 켈러(69)씨는 “전통매체에서 탐사보도 자원을 줄이고 복잡한 주제에 대한 보도가 줄어 (전문분야 탐사보도가)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사형제도, 여성전용교도소 등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아는 기자들이 소속돼있다. 무기 전문기자, 교도소에 공급되는 물품 관련 사업 관련 전문기자 등을 더 고용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특정 주제만 다루면 기사를 쓰는 데에 한계는 없을까. 빌 켈러씨는 “경찰, 판검사, 법 제도, 이민자 문제, 교도소 인권 등 주제가 생각보다 넓다”라고 답했다.
환경, 에너지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도 대표적인 전문탐사보도매체이다. 기자가 7명이던 2013년 미국 송유관 관리 문제를 지적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2013년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의 데이비드 사순은 한국 비영리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저널리즘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정확하고 공익을 위해 기후변화문제를 보도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스마트리빙’도 디지털에 특화한 독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만든 전문매체로, 뉴욕타임스 유료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기존 레거시 미디어(전통매체) 중심의 언론 지형에 변화가 일고 있다. 포털에서는 이미 동물, 영화, 공연전시, 여행, 법률, 푸드 등 주제별로 콘텐츠를 모아놓고 개인이 주로 관심 있는 항목을 선택하도록 해 두었다. 아직은 탐사보도물이 많지 않지만 관련 주제의 기획기사가 이 창을 통해 소개되고는 한다. 한국일보 ’동그람이’, SBS ‘비디오머그’ 등 여러 언론사가 주제나 형식의 특징을 살려 서브브랜드를 운영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대상 독자를 더욱 좁힌 언론도 등장했다. 2013년 미국에서 시작한 ’브로들리’는 여성을 독자로 하는 기사를 쓰는데 주로 ‘행동하는’ 여성이 목적이다. 같은 여성 콘텐츠라도 대상 독자에게 더 잘 읽히도록 기사 작법이나 접근법을 바꿨다.
한국에서 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미디어의 개인 소비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3~4년 전부터 저널리즘 영역에서 이런 변화가 있었다. 미국처럼 크게 성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며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미디어를 소비하는 경향도 강화됐다. 이제는 같은 주제라도 연령대, 소득 수준별에 맞게 미디어가 등장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작성되었습니다>
뉴욕/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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