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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보다 나은 뉴스를 위해 뉴스룸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등록 2019-04-19 16:45수정 2019-04-20 16:58

[권오성의 세상을 바꾼 데이터]
딜로이트-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미디어기업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응답 기업 90% “성숙도 뒤떨어져”
독자 데이터를 읽을 줄 알아야
더 만족스러운 뉴스 서비스 가능
딜로이트-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의 ‘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through data) 보고서 갈무리
딜로이트-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의 ‘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through data) 보고서 갈무리

칼럼, 권오성, 권오성의 세상을 바꾼 데이터
칼럼, 권오성, 권오성의 세상을 바꾼 데이터
데이터와 저널리즘 하면 보통 ‘데이터 저널리즘’을 떠올린다. 데이터 저널리즘이란 탐사보도 등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정제·분석하는 활동 전반을 말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나은 저널리즘을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은 데이터 저널리즘에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와 협력해 세계 뉴스룸들의 ‘데이터 성숙도’를 분석하고, 그 정도에 따라 어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제시했다. 뉴스 생산자에 대한 권고가 주 내용이지만 독자 입장에서도 참고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유능한 언론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의 뉴스 생태계가 훌륭해지고 독자들이 누리는 공론장 수준이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딜로이트는 가이드라인을 위해 세계 16개 나라 50개 미디어 기업의 종사자 80여명을 인터뷰했다. 기업 규모는 연간 매출 6천만 달러(약 680억원)에서 20억 달러(약 2조2750억원)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기술, 광고업계 전문가 20여명도 추가로 인터뷰했다.

조사 결과 세계 언론들의 데이터 성숙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90% 기업이 자신들의 데이터 성숙도가 뒤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했다. 넷 중 셋은 독자 데이터를 보도와 기업 활동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는 설정했지만,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를 실제 혜택과 연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실제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수준을 세부항목별로 조사 항목을 설정하고 응답 결과에 따라 초기(nascent), 개발중(developing), 성숙(mature), 선도(leading) 넷으로 성숙도를 구분했다. 세부항목은 독자 참여(reader engagement), 독자의 직접 구매(direct-paying), 광고 수익(revenue from advertisers) 등 큰 3개 범주의 하부 항목으로 구성됐다. ‘선도’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독자 구독이 2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광고의 광고 노출률(CPM) 역시 2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의 뉴스 경험과 연관되는 언론의 데이터 분석 3가지. 딜로이트-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의 ‘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through data) 보고서 갈무리
독자의 뉴스 경험과 연관되는 언론의 데이터 분석 3가지. 딜로이트-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의 ‘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through data) 보고서 갈무리

구독이나 광고 등은 생산자의 관심사다. 독자 입장에서 이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연관되는 부분은 3가지다. 첫째, 콘텐츠 계획(content planning)이다. 콘텐츠 계획은 독자의 참여도(기사를 끝까지 읽거나 댓글을 다는 등의 관여 정도)와 행동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언론이 어떻게 기사 또는 영상을 제작할지 참조하는 분석 과정이다. 질문은 크게 ‘무엇’과 ‘어떻게’로 나뉘는데, 연예·라이프스타일 매체의 경우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을 쓸지 참조하는 반면, 정치·사회 중심 매체의 경우 무엇 보다는 제목의 길이나 첨부하는 사진의 숫자 등 ‘어떻게’ 보여줄지에 데이터를 참조하는 편이라고 가이드라인은 지적했다. 우리나라 언론의 경우 어느 쪽을 막론하고 데이터 분석이 미흡한 편이라서 대개 생산자의 판단에 따라 콘텐츠를 작성하곤 한다. 이는 생산자가 식견에 따라 소신 있는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종종 독자의 생각과 관심사로부터 유리돼서 자기 이해와 만족에 따른 콘텐츠 생산에 빠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생산자가 데이터에 의한 콘텐츠 계획을 참조하면 이런 단점을 줄이고 그만큼 독자의 관심사에 관한 콘텐츠 비중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재순환(recirculation)이다. 재순환이란 뉴스 소비자의 관심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거 뉴스라도 관심 영역에 있는 경우 다시 추천해 주는 시스템 구축을 말한다. 소셜 네트워크, 동영상 플랫폼 등으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선 언론사의 속보 경쟁은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뉴스 현장에 있는 누구나 직접 촬영하거나 트윗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뉴스를 어떻게 볼 것인지 깊이 있는 분석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즉, 과거 뉴스라 할지라도 역사적 맥락을 짚어주거나 관련 사건을 깊숙이 들여다 본 뉴스라면 현재에도 가치가 빛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있었던 낙태죄 폐지 이슈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결 시점이라면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이에 대한 의미있는 르포 기사가 독자에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를 제공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추천 시스템을 갖추려면 모든 시점의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독자 경험(reader experience)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는 대부분 비즈니스에서 성공의 중요 요건 가운데 하나다.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온라인 마켓이라도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고 구매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다시 찾고 찾지 않고가 극명하게 갈린다. 뉴스라고 해서 다를 리 없다. 언론사가 독자의 뉴스 읽는 경험에 민감할수록 독자는 더 가독성과 디자인이 좋은 뉴스 서비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서비스를 위해선 데이터 분석과 개발이 필요하다. 인력과 자본의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언론이 기업의 광고로 연명하고 포털의 하청업체처럼 기능해선 보다 나은 뉴스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은 점점 멀어진다. 우리나라 온라인 저널리즘의 낙후성은 미디어 기업 스스로 자초한 면도 크다. 변화를 위해선 언론, 포털, 뉴스 소비자 모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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