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이 종편 승인 또는 재승인을 위해 임직원의 명의를 빌려 수백억원을 대출받아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해당 임직원이 퇴직할 경우 이를 다른 현직 임직원에게 승계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엠비엔 전직 간부 ㄱ씨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2011년 회사로부터 통장과 도장을 제출하라고 요구받았다. 그 뒤 내 명의의 통장에 대출금이 입금됐고, 엠비엔 종편 승인에 필요한 주식을 사는 데 쓰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주식 매입에 쓰인 10억원 이상의 자금은 처음엔 회사에서 빌린 것처럼 돼 있었는데, 이후 우리은행 대출금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임직원 명의 대출의 이자는 엠비엔 쪽이 부담했다. 이는 차명대출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다른 전직 임원 ㄴ씨는 “내 명의의 대출이지만 내가 이자를 낸 적은 없다. 매월 이자액만큼의 돈이 계좌로 들어왔지만 출처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엠비엔은 차명주식 보유자 중 퇴사자가 생기면 해당 주식과 대출을 다른 간부에게 넘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믿을 만한 간부는 퇴사하고도 계속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해당 주식을 다른 이에게 넘기도록 했다. 간부가 퇴직해서 주식이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는 걸 우려했던 것 같다”며 “퇴사자의 대출과 주식을 승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현직 간부들은 곤혹스러움을 토로하곤 했다”고 밝혔다. 임직원들 명의로 차명주식을 보유하는 방식은 “2011년은 물론 이후 두차례 방통위 재승인 때도 계속됐다”고도 했다. ㄱ씨와 ㄴ씨는 엠비엔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종편 승인·재승인을 받을 당시 개인 주주에 올라 있었다.
이들은 “이 문제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를 바로잡으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 종편 승인 취소 논란 등의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라며 “회사 최고 경영진의 지시 없이는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엠비엔이 지금껏 개인주주 명단 공개를 극도로 꺼린 이유는 차명주식 등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011년 방통위에 종편 주주명단과 심사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방통위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의 공개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엠비엔은 2013년 방통위를 상대로 이 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해 개인주주가 아닌 법인 주주의 명단만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엠비엔의 개인주주 명단은 지금까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그나마 전·현직 임직원 11명이 개인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준용 배지현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