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가 지난 6일 사옥 앞에서 “경기방송 이사회 자진 폐업 규탄”을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초유의 자진 폐업 선언을 한 <경기방송>의 운명을 가를 주주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표이사가 이사회와 다른 입장을 밝히며 사임을 하는 등 경기방송 내부의 분열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6일 사직 의사를 밝힌 정수열 <경기방송> 대표이사는 1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직원들의 생존권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의 폐업에는 동의할 수 없어 당시 폐업에 관한 입장문을 내 명의로 내는 것을 거부했다”며 “다만 폐업을 하더라도 다른 건강한 사업주가 와서 계속 방송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경기방송이> 낸 ‘폐업 결정에 관한 입장문’은 대표이사 명의가 아닌 경영지원국장 명의로 발표된 바 있다. ‘폐업 결정’을 싸고 이사회 내부에 갈등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사직을 하며 ‘폐업 결정에 관한 입장문’을 다시 냈다. 그는 입장문에서 “<경기방송>의 주주는 폐업하더라도 전파는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민의 청취권과 문화 향유권을 위하고 방송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방송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경기방송>은 최근 사내에 희망퇴직자 모집 공고를 내고 “오는 12일까지 퇴직을 신청하는 경우 성과급 기준으로 300~500%의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희망퇴직자의 전직을 회사 쪽이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며, 만약 주주총회에서 폐업이 부결될 경우 희망퇴직자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사 쪽의 이런 행태에 대해 구성원들은 “폐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ㄱ피디는 “경기방송 노동조합원은 14명인데 최근 비조합원이었던 5명이 가입하는 등 연대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자, 희망퇴직이란 수를 써 직원들끼리 분열을 하게 만들고, 폐업이 되지 않더라도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수순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ㄴ기자는 “노조원끼리는 희망 퇴직을 하지 않기로 합의를 했지만, 그 외 구성원의 생각은 알 수 없고 서로 쉬쉬 하는 분위기”라며 “주주총회에서 폐업이 가결될지 부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희망퇴직을 받는 것 자체가 폐업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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