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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원폭 피해자 구제’ 손진두씨 별세

등록 2014-08-25 19:03수정 2014-08-25 21:26

손진두씨
손진두씨
한인 피폭자 일본방문 치료길 열어
원폭 피해자 문제를 통해 일본에서 처음 한국에 대한 ‘전후 보상’ 책임을 일깨운 손진두(사진)씨가 일본 후쿠오카현 시메마치 자택에서 숨졌다. 향년 87.

1927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손씨는 부모, 동생과 함께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했다. 이후 그의 부친은 오사카에서 원폭 후유증으로 숨졌고, 남은 가족들은 1951년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그러다가 1970년 12월 손씨가 피폭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에 밀항하면서 일본 사회는 피폭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1957년 ‘원폭 피해자의 의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치료 대상을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한정해 사실상 한국인 등 외국인을 배제했다. 원폭 후유증 치료를 위해 밀입국한 손씨의 사연을 들은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진다. 전후 20여년 동안 ‘유일한 피폭국’이라는 피해자 의식 속에 살아온 일본 사회가 원폭 후유증이 있는데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한국인이란 타자를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조선인은 전체 피폭자의 10%인 7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시민사회는 이후 ‘손진두의 일본 체류와 치료를 요구하는 전국시민회’를 만들어 손진두씨의 재판을 지원했다. 손씨는 불법입국죄로 체포돼 징역 10개월의 형을 선고받았지만, 결핵과 원폭 후유증이 악화돼 형 집행이 정지됐다. 손씨는 이 틈을 타 1972년 거주지였던 후쿠오카현에 원폭 치료를 받기 위한 피폭자 수첩 교부를 신청했다. 이후 6년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손씨는 1978년 “피폭자가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인 이상 그 이유가 어떻든지(불법입국자라 해도) 넓게 구제하는 게 원폭 의료법의 국가보상의 취지에 적합하다”는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이끌어낸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이 과정에서 부산에 살던 모친이 숨지고, 1심 땐 불법입국자들의 구금시설인 오무라 수용소의 가석방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가 없는 상황에서 판결이 이뤄지는 아픔도 겪었다.

손씨의 투쟁은 이후 한국인 피폭자들의 일본 ‘방문 치료’의 길을 열었고, 나아가 위안부 문제 등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은 한-일 간 전후 보상 문제가 남아 있다는 양국 시민사회의 공통 인식으로 이어졌다. 2005년 숨진 김형률씨의 원폭 2세 투쟁 등 현재의 원폭 운동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교도통신>은 25일 “장례식과 영결식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보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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