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전종훈 대표신부
삼성비자금 폭로뒤 무슨일이
대교구 2008년 “삼성 회견 말라고 했는데…”
2010년엔 “본당아닌 선교공동체서 사목해라”
제안 거절한 전종훈 신부 안식년 ‘징계성 인사’
대교구 2008년 “삼성 회견 말라고 했는데…”
2010년엔 “본당아닌 선교공동체서 사목해라”
제안 거절한 전종훈 신부 안식년 ‘징계성 인사’
삼성비자금 사건이 폭로된 지 2년 10개월 만에 범죄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삼성의 주요 인사들은 모두 ‘법적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폭로에 앞장섰던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은 전종훈 대표신부가 3년째 안식년을 보내야 하는 등 사실상 활동의 제약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선하고 이듬해 촛불집회 시국미사에 나섰던 사제단 대표 전 신부는 그해 8월 이례적으로 안식년 발령을 받았다. 가톨릭 사제는 서품을 받은 뒤 10년이 넘으면 안식년 휴가를 받게 되는데, 전 신부는 이미 2001년 안식년을 지냈기 때문에 2008년 인사는 통상의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수락산 성당에 주임신부로 간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두번째 안식년 발령에 앞서 전 신부와 면담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는 “(추기경이) 삼성 문제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했느냐”며 “해외 교포사목으로 가거나, 사제단 대표에서 물러나면 본당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 신부는 이를 거절했다.
2008년 인사에선 전 신부뿐 아니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평소 사회활동에 적극적이던 함세웅 신부도 보좌신부가 전혀 없는 서울 청구성당 주임신부로 발령이 났다.
통상 안식년은 1년이라 2009년 8월에 인사가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 신부는 2009년 인사에서 제외됐다. 2010년 인사를 앞두고 염수정 총대리주교는 전 신부를 다시 불렀다. 이번엔 본당이 아닌 다른 선교공동체에서 사목활동을 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전 신부는 “과거의 인사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간다면 본래 자리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른 방편의 인사는 억측이나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며 본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전 신부의 안식년은 결국 3년으로 늘어났다.
전 신부는 안식년으로 보낸 지난 2년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사제들을 만났다. 전 신부는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은 채 “인사권은 교구장의 고유 권한이라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언제 안식년이 풀릴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삼성이 세긴 세다”며 말을 아꼈다.
가톨릭계 내부에선 대표신부에게 안식년 발령을 냄으로써 사제단의 손발을 묶어 놓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는 “사제단 대표의 손을 묶어 사제단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이는 추기경의 권한으로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라며 “전 신부 인사는 서울대교구, 나아가 사회문제에 침묵하는 한국 천주교의 문제가 도드라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김 신부는 “사제단은 서울대교구에서 전 신부를 실질적으로 추방시켜야 하는 이유가 뭔지, 교황청이 가르친 사회교리에 따라 행동한 사제단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지를 추기경에게 공개적으로 여쭐 것”이라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문정현 신부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본당에서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한국 천주교의 반성과 책임을 촉구하는 1인 기도를 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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