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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조계종 “경찰 공권력 투입은 한국불교 짓밟겠다는 것”

등록 2015-12-09 12:02수정 2015-12-10 00:11

“공권력 투입은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강제집행을 예고한 것에 대해 조계종이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인 일감 스님은 9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이날 오후로 예정된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예고에 대해 조계종 입장을 발표했다.

경찰 병력의 대규모 투입을 예고한 탓인지 조계사 경내는 이날 아침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전날 500명이었던 경찰은 1000명으로 늘었다. 조계사 일주문 앞엔 경찰 병력을 태운 버스가 줄지어 있었고, 출입자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았으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의 긴장감은 사뭇 높았다.

일감 스님은 준비한 발표문을 통해 조계사는 조계종 총본산으로 조계종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이 항상 뭇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부처님의 도량이자 10만 신도의 기도처”라면서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 병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일감스님은 또 “조계사는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이후 안팎으로 제기되는 수많은 비판과 비난을 자비와 인욕의 정신으로 감내해 왔으며, 화쟁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평화의 가치 확산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고 했다. 일감스님은 “만일 경찰 병력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서도 거취문제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한편 국민들에게도 인내를 통한 대화와 타협만이 갈등을 해소하는 유일무이한 길이기에 조금만 더 인내를 갖고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 2002년 조계사 안에서 농성하고 있던 남부발전노조원 120명을 연행하기 위해 진입한 적이 있고 이전에도 1995년, 1998년 등 모두 세 차례다. 2002년 당시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 10여 개 불교단체들은 경찰 병력의 조계사 대웅전 진입을 항의하며 경찰청장의 사과와 현장 책임자 파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동안 화쟁위원회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나흘 밤을 새며 대책을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 한 고위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해지고 들어온 것이 아니고, 부처님의 품에 도움을 요청하러 들어온 만큼 평화로운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경찰력 투입을 하면 안될 것”이라며 “도법스님과 한 위원장이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출두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민주노총과 협의에 며칠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경찰이 조계사와 한마디 상의 없이 경찰 투입을 예고해 곤혼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이후 16일부터 조계사에 은신 중이며, 조계종은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왔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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