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쟁거리인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6월30일 오후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던 시각 동화면세점 근처 파출소 앞에서 시민들이 '난민 수용 집회'가 열고 제주도 난민을 수용할 것과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의 조직적인 ‘난민 반대’가 한국 사회의 난민 혐오 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예멘 난민 배척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며 기독교인들의 자성을 촉구하고 나선 개신교 목사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이슬람포비아’를 극복하고 ‘휴머니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교회 안에서부터 나오고 있는 셈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예멘 난민은) 무슬림이기 이전에 인간이고, 우리를 찾아온 나그네”라며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선대하라는 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이자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예수는 갇힌 자를 돌아보고 굶주린 자를 먹이며 헐벗은 자를 입히는 것이 곧 나에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예멘 난민도) 일단 입혀놓고, 먹여놓고 (난민) 심사를 할 일이지 무슬림이기 때문에 무조건 안 된다는 건 편견”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난민 문제를 종교적으로만 접근하면 추해진다”고 꼬집었다.
다른 종교를 가진 난민에게 열린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개신교 목사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리스도 소망의교회 이택환 목사도 “한국 교회가 예수의 복음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무슬림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기독교가 역으로 전도당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며 근거 없는 ‘이슬람포비아’를 우려했다. 이 목사는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일부 교회에 대해 ‘힘없는 몇백명의 국내 무슬림이 무섭다고 벌벌 떠는 교회’라고 비판하며 “도와달라고 스스로 찾아온 무슬림은 외면하면서 굳이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은 무슬림을 멀리 찾아가 선교할 이유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독 한국 교회가 무슬림 난민 배척에 앞장서는 것에 대해 한국 교회 특유의 ‘배타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목사는 “한국 개신교에 깔린 정서는 불안과 두려움”이라며 “북한을 무조건 의심하고 경계하던 것처럼 동성애,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그냥 내버려두면 큰일 난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모르면서 그냥 내버려두면 에이즈가 퍼지고 사회가 타락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예멘 난민에 대해서도 가짜 난민, 이슬람교를 전하러 왔다는 등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퍼뜨린다”고 비판했다. 두려움이 ‘가짜뉴스’를 만들고 ‘가짜뉴스’가 교인들 사이에 공유되면서 다시 두려움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 한국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를 통해 설파하는 목사도 있다.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는 지난 6월24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예멘 난민의 존재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우리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에 살면서 여전히 낯선 이들에 배타적”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예멘에서 찾아온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청와대 청원에 응답하는 이들 대다수가 기독교인들이라고 한다”며 “비용을 따지고 그들이 초래할지도 모를 혼란을 미리 예단하여 배척하는 것은 차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그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종교이든 근본주의자들은 다 위험하다”며 이슬람 자체를 ‘악마적 종교’로 몰아가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 내부의 ‘근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 총무는 “(무슬림 배척은) 종교적 근본주의 성향을 가진 보수적인 교회의 일반적인 견해”라며 “이슬람의 교리와 무슬림들의 평화적 일상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난민 문제를) 기독교 문명 대 이슬람 문명간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짜뉴스와 원색적인 선전·선동이 개신교 내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극단적인 편향성을 우려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일부 개신교의 ‘난민 반대’를 두고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한 누리꾼은 “‘대한민국을 이슬람에 넘겨주려고 하냐’라는 청원은 더 이상 의문이 아니라 이교도한테 나라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십자군 전사’의 출사표처럼 들린다”(트위터 아이디 @JuveBa****)고 지적했다. ‘예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트위터 계정도 화제다. 이 트위터에는 “내 아기 때 이집트에서 난민 반대했었으면 난 헤로데한테 뒤지고 없었겠지”라는 풍자를 통해 예멘 난민 사태를 꼬집고 나섰다.
이처럼 난민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목사들은 한국 개신교의 난민 배척이 결국 한국 교회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성진 목사는 “담을 쌓아 무슬림을 막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오히려 기독교를 옹졸한 종교, 힘없는 종교로 비치게 한다”며 “지금이라도 난민에 마음을 넓히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환 목사는 “정부가 할 일이 있는 반면, 재난의 관점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도 있다. 이번이야말로 예수의 사랑을 전할 기회”라며 “난민을 포용하는 (기독교) 총회 차원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월25일 교회협과 천주교,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4대 종단의 이주·인권협의회도 예멘 난민 관련 호소문을 내고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모든 목소리 앞에 ‘아니오’라고 외쳐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교회협은 1924년 한국 개신교 최초로 설립된 연합 기관으로 그동안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등 보수적인 연합 기관과 차별화된 목소리로 내왔다. 교회협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등 9개 교단이 가입돼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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